19일(현지시간) 미국증시 오전장에서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와 넷플릭스의 주가가 요동쳤습니다. 테슬라는 장중 한 때 9% 가량 하락했습니다. 테슬라는 전일 장마감 후 실적발표에서 주당순이익이 0.66달러로 예상치인 0.73달러를 밑돌았고, 매출도 예상치인 243억달러보다 적은 234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3분기 테슬라 영업이익률은 7.6%로 전년동기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테슬라가 순이익과 매출 모두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건 2019년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처음입니다.

3분기 테슬라 실적 부진은 월가에서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이달 초 발표한 3분기 차량 인도량이 43만5059대로 이전 분기보다 줄었고, 예상치인 46만대도 밑돌았기 때문입니다.

뒤이은 컨퍼런스콜에서 나온 일론 머스크의 조심스러운 발언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머스크는 다양한 질문에 대해 대체로 두루뭉술한 답변을 이어가면서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비쳤습니다. 내년 전기차 생산량 목표치를 묻는 질문에는 수치를 내놓는 대신 "연평균 50%의 성장률을 영원히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테슬라는 그간 전기차 판매량을 연평균 50%씩 늘리는 것을 목표로 제시해왔습니다. 올해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 목표치는 180만대입니다.
"사이버트럭, 내후년에나 양산"…시장 흔든 머스크의 한마디 [나수지의 미나리]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픽업트럭 모델인 사이버트럭에 대해서도 "기대를 낮추고 싶다"면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이 날 자신의 X(기존 트위터)에 사이버트럭이 다음달 30일부터 배송될 것이며 텍사스 공장에서 시범생산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이미지를 올렸습니다.

하지만 뒤이은 컨퍼런스콜에서는 "사이버트럭 차량 사전 예약이 100만대를 넘겨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며 "사이버트럭을 사람들이 감당할만한 가격으로 생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이버트럭을 양산하고 현금흐름을 만드는 데는 엄청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사이버트럭으로 우리 자신의 무덤을 파고있다"고 까지 이야기했습니다.

사이버트럭이라는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데 기술적으로 풀어야하는 과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겁니다. 그는 사이버트럭 생산량을 묻는 질문에 "연간 25만대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지만 내년에는 어렵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추측은 2025년 쯤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테슬라 실적발표 이후 월가는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춰잡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목표주가를 기존 265달러에서 235달러로 하향하고, 투자의견은 중립으로 유지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3분기 실적이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의 우려로 이어질 것"이라며 "사이버트럭 생산이 예상보다 느리고, 고금리가 성장에 방해가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차량을 구입할 때는 대체로 대출을 받는데, 금리가 높아지면 구매심리가 꺾일 수 있다는겁니다. 번스타인은 목표주가 150달러를 반복하면서 "무너지는 마진, 느린 매출성장 등 많은 측면에서 테슬라는 점점 평범한 자동차 회사처럼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테슬라 목표주가를 400달러로 파격적으로 높이며 시장을 깜짝놀라게 했던 모건스탠리도 목표주가를 소폭 낮췄습니다. 하지만 낮춘 목표주가도 380달러로 여전히 월가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모건스탠리는 "목표주가에서 자동차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주당 86달러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77%는 네트워크 보험 에너지 배터리 등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단기적인 실적 역풍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잠재력을 고려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뉴욕 = 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