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의 임종을 지키는 대전경찰특공대원들. /사진=대전경찰청 제공
럭키의 임종을 지키는 대전경찰특공대원들. /사진=대전경찰청 제공
경찰견 럭키(견종 마리노이즈)가 최근 세상을 떠나면서 추모글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특공대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럭키의 안장식이 진행됐다. 태극기로 감싼 럭키의 유해는 특공대원들의 경례를 받으며 특공대 사무실 앞에 묻혔다.
럭키의 안장식을 거행하는 대전경찰특공대원들. /사진=대전경찰청 제공
럭키의 안장식을 거행하는 대전경찰특공대원들. /사진=대전경찰청 제공
럭키는 폭발물 탐지의 에이스였다. 럭키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주요 행사와 폭발물 신고 출동, 실종자 수색 등 200회 이상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또 2017년 관세청장배 전국 폭발물탐지견 경진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경찰특공대 전술 평가대회에서도 매년 폭발물 탐지 및 수색견 운영 부문 3위 안에 들 정도로 우수한 기량을 뽐냈다.

각종 임무를 도맡았던 럭키는 지난 6월 원인 미상의 종괴가 생겨 아프더니 지난달에는 급성 혈액암 전신 전이 진단까지 받았다. 지속해서 약물·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스스로 일어서지 못했다. 배변도 할 수 없고, 피부욕창과 내출혈까지 더해졌다.

'더는 손쓸 방법이 없다. 럭키에게 고통만 남을 뿐'이라는 수의사 조언에 특공대원들은 모두 뜨거운 눈물로 럭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임종을 지켰다.
종괴·혈액암 투병 중이던 럭키. /사진=대전경찰청 제공
종괴·혈액암 투병 중이던 럭키. /사진=대전경찰청 제공
6년간 럭키와 손발을 맞췄던 대전경찰특공대 이상규 경사는 연합뉴스에 "워낙 쾌활하고 체력도 좋아서 사실 사고도 많이 치는 개구쟁이였다"며 "다른 개들과도 안 싸우고 대원들과 유대가 깊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일하면서 힘들 때도 많은데, 일방적인 사랑만 주는 동료를 보신 적 있나? 사람보다 더 애틋할 때가 많았다"면서 "럭키는 언제나 제가 준 것 이상으로 거의 무한한 사랑과 신뢰를 되돌려주는 동반자였다"고 강조했다.

럭키의 사연과 예우를 갖춘 안장식 영상이 경찰 내부망에도 공개되자 동료 경찰 100여명의 추모 댓글이 이어졌다. 이들은 "국가를 위해 헌신해줘 고맙다", "하늘에서는 아프지 마. 고생했어", "예우에 눈물이 난다" 등 반응을 남겼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