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사진=REUTERS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칩 제조사 브로드컴의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VM웨어 인수 '빅딜'을 무산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추가로 발표한 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다. 미·중 반도체 갈등이 확전하는 모양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브로드컴-VM웨어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 3명을 인용해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통제 확대로 인해 중국 당국이 해당 거래에 대한 승인을 연기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2명의 관계자는 "중국 당국의 브로드컴-VM웨어 인수합병(M&A) 승인 절차에 중국 외교부 및 국무원과의 추가 협의가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외교부와 국무원의 개입은 M&A 승인 절차에 정치적 성격을 더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국 상무부는 작년 10월 미국 기술을 적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와 인공지능(AI) 칩 등의 중국 수출을 제한한 것에 이어 지난 17일 이를 추가적으로 강화했다. 작년 10월 첫 조치에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고사양 칩인 A100과 H100이 대중 수출 제한 품목에 포함됐지만, 이번 추가 통제 조치 대상에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저사양 AI 칩인 A800 및 H800까지 넣은 것이다.

미국 정부가 저사양 칩의 중국 수출까지 틀어막은 이유는 안보 문제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첨단 기술을 군사적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작년 10월까지만 해도 고사양 칩 수출만 제한하면 중국의 AI 기술 발전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봤지만, 최근 들어선 저사양 칩만으로도 중국이 어느 정도 수준의 기술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 당국은 브로드컴-VM웨어 빅딜 불허로 맞대응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한 헤지펀드 투자자는 "지난주 말까지만 해도 주식시장에서는 브로드컴-VM웨어 거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확률을 90% 이상으로 점쳤는데, 지금은 동전 던지기처럼 50대 50 확률로 주저앉았다"고 말했다. 브로드컴은 작년 5월 VM웨어를 69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현재까지 호주 브라질 캐나다 유럽연합(EU) 등 9개 관할권에서 반독점 규제 관련 승인을 받는 데 성공했다. 두 회사는 최근까지 "오는 10월 30일이면 거래가 완료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미·중 반도체 갈등이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로드컴과 VM웨어의 M&A가 중국에 의해 무산될 경우 2018년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가 좌절된 이후 5년 만에 또 다른 미·중 갈등에 의한 거래 무산 사례가 나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