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지난 8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연 ‘불법 공매도 조사 촉구 집회’. /연합뉴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지난 8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연 ‘불법 공매도 조사 촉구 집회’. /연합뉴스
홍콩에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상습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하다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BNP파리바 홍콩법인과 HSBC의 상습적인 무차입 공매도 행위를 적발했다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선 외국인과 기관이 ‘결탁’해 불법 공매도로 잇속을 챙긴다는 의심이 파다했는데, 일부 실체가 확인된 것이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기법

공매도(short selling)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에게 주식을 빌려 파는 투자 방식이다. 특정 종목의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가 활용한다. 공매도에는 두 가지가 있다. 주식을 빌려서 파는 ‘차입 공매도’와 주식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판 뒤 나중에 빌려 메우는 ‘무차입 공매도’다. 국내에서는 전자만 허용되고 후자는 금지돼 있다. 두 해외 IB는 국내 110개 종목에 560억 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공매도조사팀은 올 들어 9월까지 외국인 21명을 포함, 총 30명의 무차입 공매도에 104억9000만 원의 과태료와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금까지 공매도 위반 사례는 대부분 직원 실수나 전산 오류로 인한 것이었다. 장기간 상습적으로 벌인 무차입 공매도가 꼬리를 잡힌 건 처음이다.

일반적인 투자와 달리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수록 이득이다. 그래서 주가를 떨어뜨리려는 작전세력이 활개 치게 하고 증시를 교란한다는 비판이 따라붙곤 한다. ‘작전세력의 타깃’이 된 기업의 경영진은 본업보다 주가 방어에 매달려야 하는 부작용도 있다.

반면 공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린다는 증거가 불분명하고, 오히려 합리적 주가 결정에 기여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선진국이 공매도를 허용하는 것은 순기능도 인정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어떤 종목이 실제 가치보다 터무니없이 올랐을 때 공매도가 늘면 ‘이 종목은 과열 상태’라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다만 국내 증시에서는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에 유리한 구조라는 지적이 많다. 개인투자자는 전문 지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데다 주식을 빌리는 절차도 복잡해 공매도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주가 하락 유발” VS “가격 결정 순기능”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없는 주식을 파는 공매도 거래를 국내에서 하려면, 주식을 다른 누군가에게 빌려 와야 한다. 기관과 외국인은 한국증권금융·예탁결제원·증권사 등 중개 기관에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 방식을 이용한다. 큰손 간의 거래인 만큼 종목과 수량에 사실상 제한이 없고 수수료가 낮다. 개인은 증권사에 예치금을 맡기고 일정 기간 공매도용 주식을 빌리는 대주거래를 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빌릴 수 있는 종목과 수량, 기간이 제한적이고 수수료도 비싸다. 이런 배경 때문에 우리나라 공매도 시장은 개인 비중이 미미한 ‘기울어진 운동장’에 가깝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적발된 해외 IB 두 곳에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