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레이더① 파월의 인플레 불안감과 채권 시장 불안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변호사 경력이 있죠, 말의 무게감을 아는 인물입니다. 상당히 중립적인, 원론적인 발언을 주로 하는데요. 오늘은 파월 발언 이후 뉴욕증시가 좀 출렁였습니다. 뉴욕 경제클럽에서 있었던 발언을 살펴보면, 기존의 경제 상식대로 움직이지 않는 미국 상황에 대해 통화정책 수장으로서 느끼는 불안감이 드러났다고 해야 할까요.
파월 불안감 확인한 증시·JP모건 "韓 금리 인하시점 늦을 듯" [신인규의 이슈레이더]
파월 의장은 “추세를 넘는 경제 성장세가 계속되고 고용이 계속해서 완화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긴축정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인플레이션이 조금 잡히고 있다고 해서 아직 안심할 수 없다고 본다는 이야기입니다.

경제가 예전보다 금리에 덜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진단도 내렸는데요. 이런 발언들을 보면서 미국 매크로 분석 1위 독립리서치 기관으로 꼽히는 22V 리서치는 파월 의장이 중립 금리가 코로나 이후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생각에 개방적인 것처럼 보였다고 해석했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같은 월가 구루들이 이야기하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관리 목표 상향, 기존 2%에서 3%로 높여잡을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도 이번 발언 이후 조금 긴 시각에서 지켜봐야겠습니다.

파월 의장은 중동 불안도 또다른 변수로 언급했습니다. 파월은 "지정학적 긴장이 매우 높아졌으며 이는 세계 경제활동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다"며 "연준의 역할은 지정학적 위험의 경제적 함의를 파악하기 위해 전개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데에 있다“는 말도 생각해볼 점이 있겠습니다.

발언 중엔 이번 주에 나온 소매판매 상승세를 언급했는데 이것은 예상보다 좋았던 지표죠. 경제 논리로는 미국 사람들이 덜 써야 물가가 잡힐 텐데 여전히 사람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것이고요. 경제 성장세가 뜨거우면 당장 소비자물가 낮아지고 있다고 해서 고금리 정책을 바꾸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 이벤트죠.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가 있을 때마다 저희가 뉴욕스튜디오 현장에서 생중계를 해드렸는데 그때마다 파월 의장이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연준은 국회에서 부여한 두 가지 임무, 즉 물가 안정과 고용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문장입니다. 사실 물가와 고용은 둘 다 잡기 어렵습니다. 고용이 잘 되면 사람들이 많이 사니까 물가가 높아지고, 물가가 낮아지면 경제 활력이 안 도는 거니까 고용이 잘 안되는데요. 그러니까 연준도 힘든 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 경제가 기존 경제학자들의 논리로 설명이 잘 안 됩니다. 고용이 뜨거운데도 물가는 그래도 조금 내려가는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3년 전 팬데믹 사태 이후 특히 대면 접객업, 식당이나 호텔 같은 곳에서 급격히 줄어든 고용을 아직도 메우는 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고 뭔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뭔가가 있을 수가 있는데, 이 상황을 그냥 즐기기만 하면서 통화정책을 느슨하게 하면 예상 못한 부작용이 한 번에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그래서 연준은 적당한 수준의 성장 둔화가 이뤄져야,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파월 불안감 확인한 증시·JP모건 "韓 금리 인하시점 늦을 듯" [신인규의 이슈레이더]
오늘 제롬 파월 의장 발언 이후에 미국 채권수익률은 또다시 고공행진을 이어갔습니다. 10년물 미국 국채수익률, 국채금리라고 해도 같은 의미인데 연 5%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통화정책에 더 민감한 2년물 국채수익률은 오히려 5.7bp 정도 내렸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 확률을 점검하는 도구죠. 미국 연방기금금리 시장 선물에서 본 연내 금리 인상 확률도 발언 전보다는 빠졌습니다.

이런 현상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봐야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지금 파월 의장의 발언과 함께 채권금리가 16년만에 최고를 기록할 만큼 많이 높아진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회사채 조달할 때 내야 하는 시장금리가 함께 높아지는데, 이런 시장금리 급등 자체가 기준금리와는 별도로 추가적인 금융시장 긴축효과가 있다는 점을 함께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시장 일부에서 채권시장 불안이 이정도로 커지면 연준이 금리 계속 못 올릴 것이라는 논리도 작동하고 있는 겁니다.



이슈레이더② 불안감 커지는 미국 부동산…우리 영향은



MSCI 리얼 에셋이 보고서를 냈는데, 여기에 따르면 3분기 기준 미국의 부실 부동산 규모가 797억 달러에 달합니다. 우리 돈으로 보면 100조원 넘어가는 거죠. 걱정 좀 되는 부분입니다. 우리나라 은행이나 증권사들도 미국 상업용부동산 투자를 좀 했는데, 앞으로 좀 안 좋을 것 같습니다.올해 돌아오는 모기지 채권 만기도 20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되는데, 상황이 3분기까지는 좋지 않다는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상업용부동산 부실이라는 것은 쉽게 생각하면 두 가지 과정으로 나눠 보시면 됩니다. 하나는 빈 사무실이 늘어나면서 건물주가 월세를 잘 못 받는 겁니다. 그런데 이 건물주들이 보통 은행에 돈을 빌려서 건물을 올리거든요. 건물주들이 은행에 빌린 돈을 못 갚게 되는 겁니다. 부실 대출이 되는 겁니다. 선순위 채권과 메자닌, 이런 개념을 설명드리지 않고 그냥 전세대출로 쉽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전세대출 받아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금리가 높아지면 은행이 매달 달라는 돈도 높아집니다. 그런 문자 받으면 마음이 아주 힘든데요. 고금리 때는 저같은 세입자 뿐 아니라 건물주들도 더 힘들어지는 구조인데 어쨌든 건물주들이 원리금 못 갚으면 은행은 결국 건물이나 채권 싸게 팔아서 부실 대출 손실을 최소화하겠죠. 이런 현상들이 미국에서 감지되는 겁니다.

일단 이게 제2 리만사태, 이렇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월가의 중론이기는 합니다. 현재까지 흐름대로라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대형 은행은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같은 경우에는 90일 이상 연체된 대출이 3분기에 7억 달러 정도 증가했기는 하지만 전체 은행 규모를 고려하면 위험한 수준은 아니고, 또다른 대형 은행인 웰스 파고는 3분기 상업용부동산 대출 상각액이 지난 분기 7,900만 달러에서 9,300만 달러까지 높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규모 대비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다만 지역은행은 이 상업용부동산 문제로 휘청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PNC 파이낸셜은 3분기 부실 부동산 대출 잔액이 7억 2,300만 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했고요. 상업용 부동산 대출 자체가 대형은행보다 중소형 지역은행들이 많이 담당합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이들 중소형 은행이 담당하는 부동산 대출이 미국 전체의 70%에 달합니다.



이슈레이더③ 韓 금리 인하 시점 늦춘 JP모건, 왜?



우리 기준금리가 연 3.5%로 아홉 달 연속 동결됐죠. 기사 댓글들 살펴보니까 여기에 대해 갑론을박이 많은 듯 한데,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일 겁니다. 기관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데, JP모건은 우리나라의 금리가 내년 3분기가 되면 내려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습니다.

JP모건의 분석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한국의 금리 인하 시점은 예상보다 늦어질 것’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그전엔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이 관리 목표인 2%대로 내려오는 시점을 내년 2분기로 잡았는데 이 시점 자체가 더 미뤄질 수 있다는 게 분석의 근거입니다. JP모건은 어제 있었던 우리나라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조금은 매파적이다, 이렇게 평가했는데요. 한은의 이런 매파적인 분위기는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금리 인하시기 지연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유가가 불안한 상황에서 물가가 정말로 안정되고 있는지를 한은이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점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시각입니다.



※신인규의 이슈레이더는 매주 월~금 오전 7시 20분 한국경제TV 머니플러스에서 생방송으로·유튜브 다시보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신인규기자 ikshi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