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차 커진 美-유럽 경제…"내년에도 따라잡기 힘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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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성장세와 유럽 경제에 대한 우위가 내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5%로 관측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과 영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각각 1.2%와 0.6%로 전망한 것에 비해 높게 책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지난 20년간 미국은 유럽의 약 2배에 달하는 속도로 성장하며 격차를 더욱 벌렸다"며 장단기 요인들에 관해 보도했다.
단기적인 요인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경기부양책 규모 차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꼽았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여파를 이겨내기 위해 유럽에 비해 훨씬 막대한 재정 지출을 감내했다는 분석이다. 2021년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9.4%로, 이는 유로존 재정 적자 규모의 2배 이상에 달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맥키언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팬데믹 이후 특히 강력한 재정 대응을 통해 경제를 지탱했다"며 "정부의 관대한 지원은 미국 소비 지출의 회복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됐으며 이는 근래 미국 경제 성장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유럽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은 핵심 요인이다. IMF의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으로 인한 유럽의 에너지 가격 충격이 최근 두 지역의 경제 격차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개전 이후 에너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영국에서 59%, 유로존에서 44%까지 치솟았다.
장기적, 구조적 요인들도 거론된다. 근본적으로 두 블록의 산업 체질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에서도 미국은 유럽을 한참 앞지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유럽은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세에 밀리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바클레이즈의 경제 연구 책임자인 크리스티안 켈러는 "유럽, 특히 독일은 2018년까지만 해도 세계화의 큰 승자였지만, 이제 그런 식의 세계화는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작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친환경 기술 분야에 3690억달러 보조금을 약속한 것도 두 경제 블록 간 격차를 더욱 벌릴 전망이다. 토탈에너지, BMW, 노스볼트 등 많은 유럽 기업들이 IRA 수혜를 노리고 미국으로 투자를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융 접근성도 큰 장점이다. FT는 "미국은 유럽에 비해 벤처캐피털(VC)이 훨씬 많고 주식시장과 채권시장도 고도로 발달해 있다"며 "이는 아직도 은행 대출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유럽 기업들에 비해 미국 기업들이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을 더 쉽게 조달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에선 VC의 AI 분야 투자 규모가 4500억달러를 넘어섰다. 유럽의 10배에 이르는 규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5%로 관측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과 영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각각 1.2%와 0.6%로 전망한 것에 비해 높게 책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지난 20년간 미국은 유럽의 약 2배에 달하는 속도로 성장하며 격차를 더욱 벌렸다"며 장단기 요인들에 관해 보도했다.
단기적인 요인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경기부양책 규모 차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꼽았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여파를 이겨내기 위해 유럽에 비해 훨씬 막대한 재정 지출을 감내했다는 분석이다. 2021년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9.4%로, 이는 유로존 재정 적자 규모의 2배 이상에 달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맥키언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팬데믹 이후 특히 강력한 재정 대응을 통해 경제를 지탱했다"며 "정부의 관대한 지원은 미국 소비 지출의 회복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됐으며 이는 근래 미국 경제 성장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유럽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은 핵심 요인이다. IMF의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으로 인한 유럽의 에너지 가격 충격이 최근 두 지역의 경제 격차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개전 이후 에너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영국에서 59%, 유로존에서 44%까지 치솟았다.
장기적, 구조적 요인들도 거론된다. 근본적으로 두 블록의 산업 체질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에서도 미국은 유럽을 한참 앞지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유럽은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세에 밀리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바클레이즈의 경제 연구 책임자인 크리스티안 켈러는 "유럽, 특히 독일은 2018년까지만 해도 세계화의 큰 승자였지만, 이제 그런 식의 세계화는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작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친환경 기술 분야에 3690억달러 보조금을 약속한 것도 두 경제 블록 간 격차를 더욱 벌릴 전망이다. 토탈에너지, BMW, 노스볼트 등 많은 유럽 기업들이 IRA 수혜를 노리고 미국으로 투자를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융 접근성도 큰 장점이다. FT는 "미국은 유럽에 비해 벤처캐피털(VC)이 훨씬 많고 주식시장과 채권시장도 고도로 발달해 있다"며 "이는 아직도 은행 대출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유럽 기업들에 비해 미국 기업들이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을 더 쉽게 조달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에선 VC의 AI 분야 투자 규모가 4500억달러를 넘어섰다. 유럽의 10배에 이르는 규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