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사진=AP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스라엘의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분쟁이 길어질수록 이스라엘의 재정 및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커질 것이라는 이유다.

19일(현지시간) 무디스는 ‘A1’인 이스라엘의 장기 외화 및 자국 통화 발행자 등급을 하향 조정 검토 대상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A1은 무디스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평가 등급으로 현재 일본과 중국이 속해 있다. 등급 검토는 일반적으로 3개월 동안 이뤄지며 검토 기한은 더 길어질 수 있다.

무디스는 하향 검토 근거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을 지적했다. 무디스는 “이스라엘의 현재 신용등급은 과거의 테러 공격과 군사적 분쟁에도 회복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 군사 분쟁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국가 신용에 장기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분쟁이 공공 재정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이스라엘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4.5%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지만, 이번 분쟁으로 국방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재정적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무디스는 “분쟁 이전에는 이스라엘 재정 적자가 GDP의 약 2%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방부 지출이 증가하면 적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이번 분쟁은 지난 수십년 동안의 폭력 사태보다 더 심각하다”며 “이번 검토 기간 분쟁의 지속 기간과 규모, 공공 재정 및 경제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 이전 무디스의 이스라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이었다. 이스라엘은 그간의 중동 분쟁과 글로벌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도 그간 무디스와 피치, S&P 등 주요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 강등을 겪은 적이 없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재집권한 이후 사법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사법개혁을 추진하면서 이스라엘을 분열시키자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앞서 주요 신용평가사 피치도 이스라엘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하고 분쟁이 격화될 경우 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가자지구 국경에 집결한 자국군에 “팔레스타인인들의 포위망이 곧 내부에서 보일 것”이라고 말해 지상전이 임박했음을 다시 시사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