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의 30년전 첫 작품이 궁금하다면...넷플 다큐 ‘노란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7일 넷플릭스에 공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봉 감독 출발점과 미공개 첫 단편 보여줘
봉 감독 출발점과 미공개 첫 단편 보여줘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겠다. 그중 하나는 1990년대 ‘시네필’로 불릴만한 영화 애호가라면 어떤 경로로든 관람했거나, 직접 보진 못했어도 작품 내용과 의미를 공부했을 법한 영화란 점이다. 프랑스어인 시네필은 영화(Cinéma)와 사랑(Phil)을 합친 단어로, 영화광(映畫狂)이나 영화 애호가 정도로 번역된다.

하지만 라쇼몽의 주요 인물들이 한 사건을 두고 결정적인 대목에서 서로 다르게 진술하는 것처럼 이 회원의 회고도 그렇다. 23분짜리 단편을 5분짜리로, 주인공을 고릴라가 아니라 악당인 벌레로 잘못 기억하고 있는데도 “작품이 너무 훌륭해서 경악했다”고 말한다. 인터뷰어는 이 작품을 연출한 노란문 회원 출신인 이혁래 감독이다. 영화에는 이 감독의 “흐흐흐”하는 웃음소리도 들린다.

영화는 주로 약 30년 전인 1992~1993년 활동했던 노란문 멤버 10여 명이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만나 봉 감독이 찾은 필름들을 같이 보며 당시의 모임 내용과 시대 상황을 회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시기에 황학동으로 비디오테이프를 사러 가본 영화 애호가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 봉 감독이 이렇게 찾은 보물 중 대표적인 작품이 '분노의 주먹'이란 제목으로 출시된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성난 황소'였다. 한 회원은 “준호(봉 감독)가 정말 마틴 스코세이지를 좋아했다”며 “한글 자막에 문제가 많았지만, 압도적인 권투 시퀀스에 다들 완전히 맛이 갔다”고 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세계적인 거장으로 성장한 봉 감독의 출발점과 2000년대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밑거름이 된 1990년대 한국의 시네필 문화를 흥미로운 노란문 이야기와 함께 깊이 있는 시각으로 보여준다. 대부분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하지만, 영화와 영상산업 역사에 관심 있는 시청자라면 일부 동의할 수 없는 대목도 있을 법하다."1990년대 중후반에 대기업들의 영상산업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는 자막과 진술이 특히 그렇다. 1998년 외환위기 전부터 대기업들이 문화산업에서 하나둘씩 발을 뺐던 사례들을 기억한다면 다큐멘터리 내용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겠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