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VC의 상징 '피터 틸', FBI 정보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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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팔 공동창업자이자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의 회장인 피터 틸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정보원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FBI가 정치 부패 범죄 및 해외 연계 범죄를 수사하는 데 있어 틸 회장을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FBI 내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틸 회장이 로스엔젤레스(LA) 소속 FBI 요원인 조나단 부마의 '기밀 인적 소스(CHS)'였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마 요원은 미국 내에서 정치 부패 혐의와 외국인의 영향력 행사 혐의를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요원으로 알려졌다.
1967년 독일에서 태어난 틸은 한 살 때 엔지니어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했다. 틸은 1998년 맥스 레브친과 함께 세계 최초의 핀테크 업체인 페이팔을 창업했다. 2002년 틸을 비롯한 공동 창업자들은 이베이에 회사를 매각했다. 2004년에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 테크놀로지를 설립했고,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털(VC)로 활동했다. 페이스북·링크트인·테슬라모터스·에어비앤비·스페이스X 등 150여개 정보기술(IT)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미국 VC의 상징과 같은 인물로 여겨진다.
틸의 측근이자 우파 정치인인 찰스 존슨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FBI는 나를 통해 틸 회장을 소개받았고, 곧 이내 정보원으로 포섭했다"고 말했다. FBI 내 한 관계자는 "존슨의 주장은 사실이다"라며 "틸 회장은 FBI 공식 정보원 명단에 등록된 인사였다"라고 밝혔다.
FBI는 조직범죄, 테러 위협, 극단주의 단체 등을 감시하기 위해 방대한 인적 정보망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FBI가 CHS로 지정해서 관리하는 인사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각종 기밀을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BI 내부 규정에 따르면 반복적으로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인사만 CHS로 지정한다.
CHS로 지정된 소식통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FBI 정보원은 평생 따라붙는 꼬리표 같은 직책이다"라며 "여러 단계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다, 위법 행위를 하나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라고 강조했다.
존슨은 틸 회장이 FBI에 협조한 계기는 안전 보장에 있다고 주장했다. 제프리 엡스타인 등 금융권 거물이 사망하고 틸 회장에 대한 탈세 의혹이 확산하면서 자신의 거취를 보장받고 싶었다는 주장이다. 막대한 재산만으로는 부와 명예를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틸 회장은 CHS로서 FBI에 보고하기 위한 일련번호와 코드명을 부여받았다. 틸 회장이 보고한 내용은 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침투하려는 외국 기관에 대한 첩보로 이뤄졌다. 틸 회장은 과거 FBI에 구글과 중국 당국의 연계성을 조사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다만 FBI는 틸 회장에게 미국 정치인에 관한 첩보는 제공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틸 회장은 공화당 정치권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공화당 의원들이 FBI를 반복적으로 공개 비판해서다.
JD 반스 상원의원(공화당)은 FBI를 두고 "트럼프 전화를 도청하는 등 신실한 기독교인을 지속해서 괴롭혔다"고 공격했다.
틸 회장은 2019년부터 수천만 달러의 후원금을 공화당에 지원할 정도로 최대 후원자 중 하나였다. 그는 지난해 말 공화당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FBI 내부 소식통은 "틸 회장은 FBI에 첩보를 제공하면서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점진적으로 멀어지기 시작했다"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통칭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FBI를 비롯한 연방 기관을 공격하고 있어서다"라고 설명했다. FBI는 정보원인 틸 회장에게 정보를 제공한 댓가로 연방정부의 독점 계약을 연결해줬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AI를 활용해 방위산업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팔란티어와 연방 정부의 계약을 이끈 것이다. 팔란티어는 현재 FBI를 비롯해 국가안보국(NSA),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등과 총 10억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미 육군과 2억 50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든든한 후원이 안정적 수익의 기반이 되었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미국 정부가 팔란티어를 '정부 서비스 제공업자'로 보고 있다는 후문도 나온다.
현재 틸 회장과 FBI와의 관계가 계속되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부마 요원은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에 출석해서 2022년 말 모든 정보원과의 연락을 끊으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미국의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FBI 내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틸 회장이 로스엔젤레스(LA) 소속 FBI 요원인 조나단 부마의 '기밀 인적 소스(CHS)'였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마 요원은 미국 내에서 정치 부패 혐의와 외국인의 영향력 행사 혐의를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요원으로 알려졌다.
1967년 독일에서 태어난 틸은 한 살 때 엔지니어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했다. 틸은 1998년 맥스 레브친과 함께 세계 최초의 핀테크 업체인 페이팔을 창업했다. 2002년 틸을 비롯한 공동 창업자들은 이베이에 회사를 매각했다. 2004년에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 테크놀로지를 설립했고,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털(VC)로 활동했다. 페이스북·링크트인·테슬라모터스·에어비앤비·스페이스X 등 150여개 정보기술(IT)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미국 VC의 상징과 같은 인물로 여겨진다.
틸의 측근이자 우파 정치인인 찰스 존슨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FBI는 나를 통해 틸 회장을 소개받았고, 곧 이내 정보원으로 포섭했다"고 말했다. FBI 내 한 관계자는 "존슨의 주장은 사실이다"라며 "틸 회장은 FBI 공식 정보원 명단에 등록된 인사였다"라고 밝혔다.
FBI는 조직범죄, 테러 위협, 극단주의 단체 등을 감시하기 위해 방대한 인적 정보망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FBI가 CHS로 지정해서 관리하는 인사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각종 기밀을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BI 내부 규정에 따르면 반복적으로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인사만 CHS로 지정한다.
CHS로 지정된 소식통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FBI 정보원은 평생 따라붙는 꼬리표 같은 직책이다"라며 "여러 단계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다, 위법 행위를 하나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라고 강조했다.
존슨은 틸 회장이 FBI에 협조한 계기는 안전 보장에 있다고 주장했다. 제프리 엡스타인 등 금융권 거물이 사망하고 틸 회장에 대한 탈세 의혹이 확산하면서 자신의 거취를 보장받고 싶었다는 주장이다. 막대한 재산만으로는 부와 명예를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틸 회장은 CHS로서 FBI에 보고하기 위한 일련번호와 코드명을 부여받았다. 틸 회장이 보고한 내용은 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침투하려는 외국 기관에 대한 첩보로 이뤄졌다. 틸 회장은 과거 FBI에 구글과 중국 당국의 연계성을 조사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다만 FBI는 틸 회장에게 미국 정치인에 관한 첩보는 제공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틸 회장은 공화당 정치권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공화당 의원들이 FBI를 반복적으로 공개 비판해서다.
JD 반스 상원의원(공화당)은 FBI를 두고 "트럼프 전화를 도청하는 등 신실한 기독교인을 지속해서 괴롭혔다"고 공격했다.
틸 회장은 2019년부터 수천만 달러의 후원금을 공화당에 지원할 정도로 최대 후원자 중 하나였다. 그는 지난해 말 공화당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FBI 내부 소식통은 "틸 회장은 FBI에 첩보를 제공하면서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점진적으로 멀어지기 시작했다"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통칭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FBI를 비롯한 연방 기관을 공격하고 있어서다"라고 설명했다. FBI는 정보원인 틸 회장에게 정보를 제공한 댓가로 연방정부의 독점 계약을 연결해줬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AI를 활용해 방위산업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팔란티어와 연방 정부의 계약을 이끈 것이다. 팔란티어는 현재 FBI를 비롯해 국가안보국(NSA),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등과 총 10억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미 육군과 2억 50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든든한 후원이 안정적 수익의 기반이 되었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미국 정부가 팔란티어를 '정부 서비스 제공업자'로 보고 있다는 후문도 나온다.
현재 틸 회장과 FBI와의 관계가 계속되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부마 요원은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에 출석해서 2022년 말 모든 정보원과의 연락을 끊으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