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기 먹방 유튜버가 올린 '롤업젤리 아이스크림' 만드는 법 및 먹방 영상의 일부. /사진=유튜브 채널 '설기양SULGI' 캡처
한 인기 먹방 유튜버가 올린 '롤업젤리 아이스크림' 만드는 법 및 먹방 영상의 일부. /사진=유튜브 채널 '설기양SULGI' 캡처
"오늘도 품절이네! 젤리는 어디서 사야 하지?"
"동그란 모양의 아이스크림보단 각진 게 더 만들기 쉽대."

지난 주말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전문점에 방문한 초등학생 2명이 주고받은 대화 중 일부다. 언뜻 듣기에 두 학생은 각자 원하는 간식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으나, 이들은 젤리를 아이스크림에 돌돌 감싸 먹는 이른바 '롤업(Roll-up) 젤리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이었다.

'롤업 젤리'는 납작하고 네모난 크기의 젤리가 돌돌 말린 형태로 포장된 젤리를 뜻한다. 이날 마주한 학생들은 제품이 동나 빈손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그게 요즘 그렇게 인기가 많냐"는 질문에, "많다. 영상으로 먹는 모습을 많이 봐서 한번 먹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롤업젤리 아이스크림 먹방' 영상들.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롤업젤리 아이스크림 먹방' 영상들. /사진=유튜브 캡처
'롤업 젤리 아이스크림'은 최근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과 유튜브 등에서 인기 '먹방(먹는 방송)' 콘텐츠 대열에 합류하며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유튜브에서 최근 게시된 '롤업 젤리+아이스크림 7종 총 모음'이라는 한 한국인 유튜버의 영상은 이날 기준 조회수 746만회에 달했고, 한 아시아계 틱톡커가 올린 '프루트 롤업 아이스크림(Fruit Roll-Up Ice Cream)'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1200만회를 훌쩍 넘겼다.

롤업젤리 아이스크림은 설탕물을 물에 입혀 굳힌 탕후루와 비슷하게 바삭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이런탓에 먹방 콘텐츠 중에서도 '자율감각쾌락반응(ASMR)'용 영상으로도 많이 활용되며,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자극한다. 겉면에 두른 젤리가 차가운 성질을 가진 아이스크림과 만나면서 딱딱해지기 때문. 계속 먹다보면 녹기 시작하면서 캐러멜 형태로 부드러워진다는 점도 먹는 데 흥미를 더한다.

이 같은 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이 아이스크림을 '신문물'이라고 칭하며, "유튜브 먹방계의 신흥 강자다. 탕후루의 인기를 이길 것 같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 먹을 음식 또 나왔다", "영상을 보면서 먹고 싶어도 싸 먹을 수 있는 젤리의 품절 속도가 빨라 구하기 어렵다고 들었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롤업젤리 아이스크림'으로 검색된 인기 게시물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롤업젤리 아이스크림'으로 검색된 인기 게시물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SNS에서도 롤업 젤리 아이스크림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워드 분석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지난 19일까지 한 달간 온라인상에서 '롤업 젤리 아이스크림' 관련 키워드는 긍정 비율이 82%를 차지했으며, 주요 언급된 단어로는 '먹고 싶다', '재미있다', '신상', '잘 만들다', '기대한다' 등이 있었다.

다만 부정 키워드로는 '(건강에) 좋지 않다', '(유행이) 피곤하다', '불편하다' 등이 있었다.

롤업 젤리 아이스크림의 인기는 외신 보도로 먼저 알려졌다. 지난 5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980년대 미국에서 출시된 어린이용 간식이 이스라엘에서 새삼 주목받게 된 것은 이 젤리 제품을 펼쳐 아이스크림을 올려놓고 쌈처럼 싸 먹는 방법을 소개하는 틱톡 영상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세계 각국에서 '프루트 롤업에 아이스크림 싸 먹기' 열풍이 불고 있다"며 "이스라엘에서는 이 제품의 인기가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치솟아 가게 판매대에서 동이 났다"라고도 덧붙였다.
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싸먹는 젤리 제품과 아이스크림을 함께 판매하는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싸먹는 젤리 제품과 아이스크림을 함께 판매하는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이런 분위기에 국내의 여러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과 편의점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관련 물량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아이스크림에 싸 먹는 젤리', '먹방 싸 먹는 젤리'라는 문구를 내걸고 판매 중인 곳도 여럿 확인됐다. 학생 고객들이 많은 대치동 인근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은 '강력 추천 조합'이라고 롤업 젤리와 아이스크림을 소개하며, "아이스크림과 싸 먹는 젤리를 함께 구매하세요"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달고 단 음식의 조합"이라거나, "탕후루 유행 이후에 이런 음식이 또 인기 끄는 게 지친다" 등 부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롤업젤리 아이스크림의 인기와 관련해 이스라엘 보건부가 올린 경고성 게시물. /사진=트위터 캡처
롤업젤리 아이스크림의 인기와 관련해 이스라엘 보건부가 올린 경고성 게시물. /사진=트위터 캡처
이스라엘 보건부는 트위터에 롤업 젤리 아이스크림 등이 유행하는 현상을 "광풍"이라고 지적하며, "유행에 따르기 전에 이런 당과류에 건강하지 못한 당과 기름이 가득 들었다는 점을 알아두는 게 좋다"고 경고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먹방' 콘텐츠 등의 영향으로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당도가 높은 간식이 유행하는 것과 관련,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탕후루 등 달콤한 간식이 대유행하고 있어 아동·청소년의 건강관리에 가정과 사회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특히 아동·청소년의 비만은 단순히 비만으로 끝나지 않고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