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금리와 주가
오랜 기간 세계는 저금리와 낮은 물가에 익숙해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무제한에 가까운 양적 완화를 펼쳤고, 나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일 만하면 위기가 터졌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팬데믹 등이다. 저금리는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치를 끌어올렸다.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 소비자들도 지갑을 열었다. 국채 이자 부담이 줄어든 주요국 정부도 정치적 이득을 노리고 아낌없이 재정을 퍼부었다.

저금리 시대는 지난해 급작스레 막을 내렸다. 막대한 유동성의 후폭풍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자 물가가 폭등했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 행렬이 이어졌다. 미국 중앙은행은 불과 1년여 만에 제로금리를 연 5%대로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한국도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3.5%로 인상했다.

연 3.5%나 5%는 절대적 수치로 높다고 할 수 없지만, 10년 이상 저금리에 취해 있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 금리가 단기간에 300%, 400%씩 튀어 오르자 경제가 여전히 활황인 미국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내외 주식시장이 된서리를 맞았다. 팬데믹 때 처음으로 3300선을 뚫고 올라선 코스피지수는 24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역사적으로, 이론적으로 금리와 주가는 대체로 역행한다. 금리가 계속 오르는 시기에는 주가가 오르기 어렵다. 제로금리 시대에 투자의 세계에 입문한 2030 젊은이들은 갑작스러운 주식·채권·부동산 가격 하락이 무척 당황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위험자산 투자에 금리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이번 기회에 너무나 단순하지만, 오랫동안 잊혀왔던 투자원리를 배우는 셈이다. 일본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로금리 시대가 다시 찾아오는 일은 앞으로 상당 기간 없을 것이다. 많은 국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지만, 물가와 전쟁과 유가가 쉽게 놓아줄 것 같지 않다. 미국은 막대한 재정적자가 금리 인하를 가로막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화된다면 다른 국가들도 쉽게 금리를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기 전까진 살얼음 걷듯이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전설리 논설위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