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동 서강대교 남단사거리 인근에 있는 정쟁성 현수막을 철거하고 새 현수막을 걸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동 서강대교 남단사거리 인근에 있는 정쟁성 현수막을 철거하고 새 현수막을 걸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20일 전국의 ‘정치 혐오’ 현수막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대신 민생을 강조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나타난 민심을 받아들이고 민생과 협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이에 더불어민주당도 현수막 내용을 점검하고 민생 정책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인근 서강대교 남단에 걸려 있던 ‘이재명 대표님! 구속은 피해도 처벌은 피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장 임명 부결, 이재명 방탄의 마지막 퍼즐’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리고 ‘국민의 뜻대로 민생 속으로’라고 쓰인 현수막으로 바꿔 걸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생과 협치를 강조하며 “과도한 정쟁보다는 생산적인 메시지를 더 많이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과도한 현수막 게시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국민을 피로하게 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당 현수막 남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옥외광고물법에 대해서도 “법 개정을 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전향적으로 민주당과 협상해보겠다”고 했다. 정당 현수막 난립을 막기 위해 관련 법 개정에 나설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메트릭스가 지난 8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당 현수막 게시 장소 및 개수 제한에 80.6%가 동의했다.

민주당도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당 현수막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은 현수막을 통해 자신들이 추진하는 민생 정책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윤석열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하는 메시지는 계속 내겠다는 방침이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전국 시·도당별로 걸고 있는 현수막 내용을 살펴보겠다”며 “민주당이 강조하고 있는 민생 정책이 현수막을 통해 홍보될 수 있게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처럼 상호 비방 현수막을 전면 철거할지에 대해서는 “일단 전국의 현수막 내용을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기초자치단체에서는 비방과 혐오 문구가 담긴 정치 혐오성 정당 현수막 게시를 제한하려는 시도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 송파구는 최근 기초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정당 현수막 개수와 장소를 제한하고, 혐오·비방·모욕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걸지 못하도록 조례를 제정했다. 서초구도 비슷한 내용의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당 현수막의 조례 위반 여부는 별도의 위원회가 심사하게 된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