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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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지역에서 작은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A씨(33)는 주부들이 주로 육아나 지역 정보를 공유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때문에 최근 마음고생했다. ‘쿠키 사진이 올라왔는데 아무래도 A씨네 빵집 같다’며 지인이 보내준 관련 내용 캡처 사진에는 ‘핼로윈 쿠키를 팔더라’는 내용으로 시작해 ‘지금 같은 분위기에 핼로윈 상품을 팔다니 소름 돋는다’는 대화 등이 올라와 있었다. ‘기분 좋지 않다’, ‘마음이 불편하다’ 등의 동조 답변도 몇 개나 달렸다.

A씨는 “어린이 손님이 많아 호박, 유령 등 핼러윈을 상징하는 모양으로 쿠키 몇 가지를 구워 팔았을 뿐인데 비난 글이 올라왔다고 하니 마음이 많이 쓰였다”며 “그 뒤로 온라인 카페나 오픈채팅방 등에 혹시 내 가게와 관련한 내용이 올라오지 않았을까 검색해 보는 게 습관이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핼러윈 상품을 두고 비판 여론이 생겨나면서 일부 유통업계나 자영업자들이 속앓이하고 있다. 1년 전 서울 이태원에서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압사 사고 이후 ‘조용한 핼러윈을 보내자’는 분위기가 생겨난 여파긴 하지만, 핼로윈과 관련한 상품만 취급해도 맘카페나 지역 커뮤니티 둥에서 저격 글과 악성 댓글이 달려 가게 영업이 쉽지 않다는 게 업자들의 호소다.
지난해 한 테마파크에서 진행한 핼러윈 이벤트. 사진=뉴스1
지난해 한 테마파크에서 진행한 핼러윈 이벤트. 사진=뉴스1
22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가운데 '핼러윈 마케팅'이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매년 핼러윈을 주제로 대규모 축제를 벌여온 롯데월드와 에버랜드 등 테마파크들은 물론, 이마트·홈플러스와 미국계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과 온라인몰 등 유통가에서도 핼러윈을 부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외식·숙박업계나 공연업계들도 올해는 가급적 핼러윈을 언급하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기로 했다.

매년 핼러윈 기간 업계의 관련 매출은 20~30% 증가할 정도로 큰 이벤트로 여겨졌지만, 기업들은 대목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핼러윈과 관련한 상품을 팔거나 마케팅을 하기만 해도 ‘159명이 사망했는데 핼러윈으로 장사를 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KT는 알뜰폰 고객서비스 채널에서 핼러윈 이벤트를 운영하다 논란이 일자 행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다이소, 아트박스 등 소품업체들이 매장 전면에 호박 모양의 핼러윈 기념품을 진열해 판매하자 지역 맘카페 등에서는 ‘어이없다’, ‘화가 난다’, ‘앞으로 불매하겠다’ 등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추모공간. 사진=뉴스1
지난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추모공간. 사진=뉴스1
소규모 업장들도 마찬가지다. 카페나 빵집이나 식당, 주점 등 핼러윈데이에 맞춰 관련 상품을 팔거나 파티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으로 추석과 크리스마스 사이 비수기 시즌의 매출을 채워 온 자영업자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부산에서 파티룸을 운영하는 B씨(36)는 “파티룸을 대여해주는 업장 특성상 핼러윈 시즌에 맞춰 관련 상품을 기획할 수 밖에 없는데 광고를 보고 ‘이 시국에 제정신이냐’며 비난을 퍼붓고 지역 카페에 글을 올리겠다고 윽박지르는 전화를 받았다”며 “물론 과도하게 핼러윈 마케팅을 하는 행위는 나도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먹고 살려고 최소한으로 하는 영업 활동도 비난을 받아야 하나”라고 하소연했다.

유치원과 어학원들도 속속 “이번엔 핼러윈 파티가 없다”고 공지했다. 일부 어학원의 경우 행사를 기획하고는 있지만 '핼러윈'이란 단어 대신해 '컬쳐(Culture)데이', '땡스기빙데이(추수감사절)'란 단어를 사용할 예정이다. 인천지역의 한 유치원 원장은 “이태원 트라우마로 핼러윈 파티가 달갑지 않다고 의견을 밝힌 학부모들이 있어 예년처럼 파티를 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반대로 일부 부모들은 ‘왜 매년 하던 파티를 취소하느냐’고 항의하는 경우도 있어 다른 형식의 이벤트로 대체하는 식으로 핼로윈 시즌을 넘기려 한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