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청약 고민되네"…에코프로머티리얼즈, IPO 흥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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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RA 수혜 전망에 상장일 유통 물량도 적지만…

식어버린 투심에 상장날 '따따블' 기대치 낮아져
공모가 상단 하향 조정에도 여전한 고평가 논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본사 전경. /사진=에코프로머티리얼즈

기업가치가 최소 3조원으로 추정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그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부분의 2차전지 새내기주가 흥행에 성공했지만,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IPO 흥행을 두고선 잡음이 들립니다. 2차전지 소재 등 밸류에이션은 매력적이지만 2차전지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꺾인 점은 '따따블'(상장 당일 공모가 4배 상승)과 같은 주가 급등 기대치를 낮추는 요인이죠. 이번 한경 마켓PRO 종목 집중탐구에선 조(兆) 단위 IPO로 불리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투자 포인트를 살펴봤습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달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의 청약일은 11월 8~9일이죠. 이 회사의 희망 공모가 범위는 3만6200~4만4000원입니다. 예상 시가총액은 공모가 하단 기준 2조5746억원에서 상단 3조1293억원입니다

美 IRA 수혜주… 상장일 유통 물량 18% 불과

2014년 설립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하이니켈 전구체를 에코프로비엠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에코프로비엠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2.8%에 달하죠. 2차전지 업종 내에서도 성장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전구체 기업이라는 점이 투자 매력으로 꼽힙니다. 전구체는 2차전지 양극재에 들어가는 원료입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미 원재료 매입부터 전구체 생산까지 중국계 기업을 배제한 고유의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등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주로 불립니다. IRA는 2차전지 등 전기차 산업에서 중국산 제품을 배제하는 미국의 정책이죠. 시장에선 IRA 정책 효과로 전구체 강자인 중국 기업의 빈자리를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채울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실적은 매년 급증하고 있습니다. 2020년 2166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작년 3배 넘게 늘어난 6652억원을 기록했죠. 이 기간 영업이익도 124억원에서 389억으로 급증했습니다. 상장 당일 유통 주식물량이 18%에 불과하단 점도 투자 포인트로 꼽힙니다. 상장 당일 출회 가능한 물량이 전체 발행 주식 수의 20% 미만이면 상장 당일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모가 상단 낮췄지만… 투심 위축 'IPO 변수'로

앞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증권신고서 정정공시를 통해 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액을 기존 4만6000원에서 4만4000원으로 수정했죠. 연 환산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 거래 배수를 기존 76배에서 67.5배로 낮췄습니다. 최근 상장한 2차전지 기업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해 1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할 때 제시한 EV/EBITDA는 51.4배입니다.

희망 공모가 상단이 낮아진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2차전지 테마가 약세를 보이며 이 비교기업들의 시가총액도 큰 폭으로 빠지면서죠.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증권신고서에 명시한 비교기업은 포스코퓨처엠, 엘엔에프, 코스모신소재, 중국 증시기업 CNGR이 있습니다.

포스코퓨처엠의 시가총액은 기존 31조4190억원(최초 증권신고서)에서 정정신고서에는 24조3622억원으로 하락했습니다. 엘엔에프 시가총액은 6조7841억원에서 5조6544억원으로 17%가량 낮춰 반영됐죠.

비교기업인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모두 최근 6개월 사이 주가가 고점 대비 두 배 가까이 내렸습니다. 에코프로 그룹 지주사인 에코프로 역시 이 기간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150만원 이상까지 급등했던 주가는 현재 70만원대를 기록 중이죠.

최종 전방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2차전지 소재 기업 투자심리도 한풀 꺾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희망 공모가 범위도 조정되고 있죠. 여기에 전기차용 양극재는 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판가 하락으로 예상보다 낮은 이익률을 보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광물시세의 변동을 고객사에 전가하지 못하는 경우, 최악의 상황에선 일시적으로 제조 원가와 제품 판가의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에 따라 영업 실적이나 재무 상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죠.

양극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리튬과 니켈 가격은 계속 내리는 상황입니다. 리튬은 올 들어 70% 가까이 가격이 하락했습니다. 통상적으로 양극재 판가는 원재료 가격에 2~3개월 시차를 두고 연동되는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비싸게 산 원재료로 만든 전구체를 저렴하게 팔 수밖에 없습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나리오?… 흥행 장담 어려워

시장에선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희망 공모가 수준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업의 밸류에이션보단 2차전지 테마에 대한 긍정적인 시장 분위기가 공모가 산정에 주로 활용된 것이 아니냐는 설명이죠.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비교기업들의 시총이 낮아지자 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을 낮췄죠.

지금 상황에선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IPO 흥행을 장담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최근 시장의 우려를 의식했는지 오는 23일부터 진행될 싱가포르와 홍콩 투자설명회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하이니켈 전구체 전문업체로서의 기술력과 경쟁력 등을 집중적으로 알릴 방침이죠.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현재 연간 5만 톤의 전구체 생산능력(CAPA)을 2027년까지 연간 21만 톤(t)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생산량 확대를 위해 포항 1, 2공장에 이어 3, 4공장을 착공하고 북미와 유럽 등에도 진출할 계획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2차전지 테마에 대한 투심이 급격히 위축된 점은 IPO 흥행 변수로, 희망 공모가 상단을 한 차례 조정했음에도 공모가가 여전히 고평가됐다는 의견도 나온다"면서 "조 단위 2차전지 관련 IPO라도, 지금 상황에선 흥행 여부를 장담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