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차전지 핵심 원료인 흑연을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했다. 미국이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중국이 자원 무기화로 맞대응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흑연 수입을 중국에 90% 이상 의존하는 국내 기업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상무부와 관세청은 20일 ‘흑연 품목의 임시 수출 통제 조치 최적화 및 조정에 관한 공고’를 통해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흑연 일부 품목에 대해 오는 12월 1일부터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수출 통제에 포함되는 흑연은 고순도(99.9% 초과), 고강도(30Mpa 초과 ), 고밀도(1.73g/㎤ 초과) 인조 흑연 재료와 그 제품이다. 천연인상흑연 및 제품(구상흑연·팽창흑연 등)도 포함한다. 통제 대상에 오른 흑연은 중국 당국의 허가 없이는 수출할 수 없다.

중국은 이번 조치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데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천후이 희토류 전문 애널리스트는 “(흑연 수출통제는) 미국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봉쇄하려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말했다.

전 세계 광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이 미·중 갈등 속에 자원 무기화에 본격 나서면서 공급망에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흑연은 대부분 2차전지 음극재를 제조하는 데 쓰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흑연은 한국이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품목이고,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기 때문에 산업 영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