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제가 치는 스코어가 이번 대회 우승스코어가 될 겁니다."

20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상인·한국경제TV오픈 2라운드를 마친 임희정(23)의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긴 부진에서 탈출했다는 강한 확신과 함께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임희정이 이틀 연속 맹타를 휘두르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이날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CC(파72.6606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버디 6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아 5타를 줄였다. 중간합계 12언더파 132타로 이틀 연속 단독 선두를 지켰다. 2위 김민별을 5타 차이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우승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임희정은 KLPGA투어의 간판스타다. 투어 통산 5승, 이가운데 2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따냈다. KLPGA투어에서 가장 완벽한 스윙을 한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과 매력을 겸비해 팬층이 가장 두터운 선수로 꼽힌다.
사진=강은구 기자
사진=강은구 기자
하지만 올해는 순탄치 않은 흐름이 이어졌다. 고질병인 손목과 발목 부상이 길어지면서 '임희정답지 않은 플레이'가 이어졌다. 결국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섰던 지난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2라운드 도중 기권했고 이후 두달 가까이 휴식을 취했다. 복귀 이후에도 예전의 기량이 나오지 않아 애를 태웠다. 임희정은 "나답지 않은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 가장 좋은 성적은 지난 8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공동 4위다.

그러던 임희정이 완전한 부활을 알렸다. 임희정은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 잡으며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인데 이어 2라운드에서도 5언더파를 치며 '반짝 회복'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사진=이승재 한경매거진 기자
사진=이승재 한경매거진 기자
이날 경기에서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고전했다. 전날에 비해 한층 더 빠르고 단단해진 그린과 까다로운 핀 위치 탓이다. 때문에 이날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19명에 그쳤다. 그런데도 임희정은 5언더파를 쳐 동갑내기 절친 박현경과 함께 데일리 베스트 타이 기록을 세웠다.

경기를 마친 뒤 임희정은 "이번주 컨디션이 좋아 '노보기 플레이'를 노렸는데 아쉽게 오늘 깨졌다. 그래도 경기 결과에 만족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경기력도 안정적이다. 임희정은 이날 14개 홀 가운데 단 1개 홀에서만 페어웨이를 놓쳤다. 평균 비거리는 241.75야드로 지난해보다도 늘었다. 그는 "비거리를 늘리려 스윙루틴을 바꿨다. 그 과정에서 부상이 심해지기도 했다"며 "예전에는 지면 반력을 이용했는데 지금은 회전력을 이용하려 한다. 이제 새 루틴이 완전히 몸에 익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임대철 기자
사진=임대철 기자
임희정의 부활에 팬들도 움직였다. 이날 대회장에는 임희정의 팬클럽 '예사(예쁜 사막여우)' 회원 수백명이 그와 함께 코스를 돌며 열렬한 응원을 쏟아냈다. 임희정은 "팬들은 가족보다 소중한 존재"라며 "제가 부진할 때도 저를 늘 응원해주셨다. 그때는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이번주 성적이 좋아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KLPGA투어 간판스타이지만 올해는 우승을 한번도 올리지 못했다. 그러기에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임희정은 "감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번 주 감이 정말 좋다"며 "5번의 우승 순간마다 느꼈던 '우승냄새'를 이번에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예상 우승 스코어를 묻자 "내가 치는 스코어가 우승스코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임희정은 5타 차 단독 선두로 3라운드에 나선다. 21일 열리는 3라운드에서 김민별, 이소미와 함께 경기를 펼친다.

양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