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험 수익률' 미국채 5% 돌파..."장기채 살 때 됐다" [나수지의 미나리]
최근 자산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산은 채권금리입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전일(현지시간 19일) 장중 한 때 5%를 돌파하면서 시장은 채권 금리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고 있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넘어선 건 2007년 7월 20일 이후 처음입니다. 채권 금리가 올라가고 있는 건 시장이 연준의 '더 높게 더 오래 (higher for longer)'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RBC캐피털마켓은 "최근 국채 금리가 높아지는 요인은 단순하다"며 "연준이 금리를 많이, 빠르게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장이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월가에서는 채권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 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울프리서치는 "10년물 채권이 5%를 넘는 오버슈팅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 저항선은 2006~2007년의 최고점인 5.25%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이런 '오버슈팅'이 시장에 충격을 줄걸로 봤습니다. 울프리서치는 "이런 금리 급등으로 어딘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그 영향으로 연말이나 내년 1분기 채권 금리가 급격하게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5.0~5.5%에서 최고점을 찾을 것"이라며 "최근 단기채보다는 장기채를 선호하는 쪽으로 고객 자산을 유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무위험 자산'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국채 금리가 5% 시대를 열면서 포트폴리오 변화에 대한 압력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10년동안 시장은 저금리 환경에서 '공짜 돈'에 익숙해졌지만, 이제는 다르게 투자해야한다는 겁니다. 월가에서 '슈퍼마리오'로 불리는 마리오 가벨리 갬코 CEo는 "이자율이 상승하면서 미국 정부가 지불해야하는 이자가 늘었고, 이로인해 연방정부 적자도 확대될 것"이라며 "지난 100년간 미국주식은 연평균 10.2%에 달하는 수익을 내 왔는데, 당분간 이 수익률을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습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상황을 봤을 때 미국이 인구증가율과 생산성 측면에서 비교적 낫기 때문에, 미국 주식에 투자할 만 하지만 기대수익률은 낮추라고 조언했습니다.

'빅쇼트 주인공'으로 유명한 스티브 아이스먼 누버거버먼 매니저는 "고성장주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가 지출을 크게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이 회복될 곳으로 건설 유틸리티 원자재 등을 꼽으며 "'구 시대'의 복수가 시작될 것"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성장주 기술주에 밀려 '옛날 주식' 취급을 받았던 종목들이 다시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반면 '가치평가의 대가' 어스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는 "기술기업과 성장기업을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된다"면서 "주식시장에서 애플 구글 페이스북처럼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은 없다"고 기술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습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예를 들면서 "부채를 줄여가며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높아질 때 오히려 긍정적인 종목"이라고 짚었습니다. 통상 차입이 많고, 미래 성장성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평가받는 기술주는 금리가 올라가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겁니다.

장기채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기틀린 캐피털그룹 CEO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끝나면 채권에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금리가 떨어질 때 가격이 더 많이 오르는 장기 채권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10년물 금리가 앞으로 수년 동안 3.5~5.5%사이에서 머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현재 5% 수준인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거의 천장에 가까워졌다는 겁니다.

뉴욕 = 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