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 수장 왕이 "지정학적 고려 버리고 인류 양심 지켜야…휴전 촉구"
[이·팔 전쟁] 中, 이스라엘 비판 계속…"끊임없는 침략·점령이 근본 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과 선을 그은 중국이 이스라엘 비판을 이어가며 팔레스타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전날 잠브리 빈 압둘 카디르 말레이시아 외교장관과 통화에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충돌의 근원은 팔레스타인 땅이 끊임없이 침략·점령당하고, 팔레스타인 인민의 건국 요구가 장기간 무시된 데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선제공격을 이유로 가자지구에 보복을 가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를 겨냥한 왕 주임의 논리는 팔레스타인 땅을 계속해서 빼앗은 이스라엘이 근본적으로 전쟁의 발단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왕 주임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충돌 문제에서 중국은 시종일관 평화와 국제법, 많은 아랍·이슬람 국가의 정당한 요구의 편에 서 왔다"며 "중국은 무고한 민간인을 공격해 다치게 하고, 국제법을 위반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오늘날 이곳에서 평화를 누리고 있지만, 이 세계는 결코 안녕하지 않고, 공평하지도 않으며, 수많은 무고한 민중이 죽음과 어려움의 그늘에 덮여 있다"면서 "우리는 전쟁과 평화를 앞에 두고 각 당사자가 일체의 지정학적 고려를 버리고, 인류의 양심을 지켜 국제적 공동 인식을 형성하기를 호소한다"고 했다.

왕 주임은 "중국은 팔레스타인 민족이 합법적 권리를 되찾는 것을 지지하고, 팔레스타인 문제가 다시 정치적 해결의 궤도로 돌아오길 기대한다"며 "조속히 휴전해 더 큰 규모의 인도주의적 재난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이스라엘 지지·지원 입장을 명확히 한 미국과 달리 '객관성'과 '공정성'을 내세우며 서방 국가들이 주축인 하마스 규탄 대열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우리는 일관되게 강대국은 국제적인 문제를 처리할 때 응당 객관성과 공정성을 견지하고, 냉정함과 자제력을 유지하면서 앞장서서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관영매체는 보다 직설적인 어조로 미국의 기조를 문제 삼는 중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신문 글로벌타임스는 자이쥔 중국 중동 문제 특사가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릴 팔레스타인 문제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하면서 "공정한 중재자 역할에 실패한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일방적 지원으로 세계의 반대편에 서는 동안 중국의 특사는 휴전을 이끌고 인도적 지원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고 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