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 사이트 등서 각종 핑계 대며 여러 차례 입금 유도

"같은 일당으로 추정되는 이들한테 돈을 잃는 사람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요.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
"피해자 계속 늘어나요"…가짜 안전결제 사이트 사기 기승
경기도에 거주하는 20대 A씨는 지난 17일 한 온라인 중고 거래 카페에서 가짜 안전거래 사이트를 통한 사기로 한순간에 50만원가량을 잃었다.

당시 평소 눈여겨보고 있던 제품에 대한 판매 글을 보고, 판매자에게 구매 문의를 할 때까지만 해도 A씨는 자신이 사기 피해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판매자가 제품과 판매 경위 등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 A씨 질문에 곧잘 대답했을 뿐만 아니라, '네이버 안전거래 사이트'로 거래하자며 링크까지 보냈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는 국내 대표적인 '에스크로(escrow)' 서비스로, 구매자가 안전거래 가상계좌에 결제하고 제품을 받은 뒤 구매 확정을 눌러야 돈이 판매자에게 들어오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안전거래'라는 말을 믿은 A씨는 지시대로 메신저를 통해 받은 링크에 접속해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한 뒤 물품을 구매하고, 화면에 뜬 가상계좌에 물건값 25만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판매자는 돌연 "수수료 800원을 왜 입금하지 않았느냐. 수수료까지 25만800원을 내면 25만원은 환불될 것"이라며 추가 입금하라고 안내했다.

추가 입금을 마친 뒤에도 판매자의 입금 요구는 계속됐다.

그는 "가상계좌로 '검은돈'을 세탁하는 사람들이 많아 총 입금액이 100만원을 넘어야 환불 절차가 이뤄지니 50만원을 더 입금하라"고 닦달하며 관련 규정을 정리한 안내문을 보냈다.

이때 A씨가 수상함을 느끼고 안내문을 찬찬히 읽어 보니 군데군데 오탈자가 있었고, 어투도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A씨가 수원남부경찰서에 신고한 뒤 언론 보도 등을 더 확인해보니 이는 외관상 기존 안전거래 사이트와 유사한 가짜 사이트를 만들어 피해자들의 돈을 가로채는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었다.

A씨에 따르면 같은 일당에게서 비슷한 수법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이 매일 늘어나고 있으며, 전국 각지 경찰서에도 관련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 계속 늘어나요"…가짜 안전결제 사이트 사기 기승
A씨는 "사기 정보 공유 사이트 더치트를 통해 해당 가상계좌를 조회해보니, 17일 1건이었던 피해 건수가 지금은 30여 건으로 늘어 있었다"며 "이 계좌로 피해를 본 이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 인원이 현재까지 30여 명이고 피해 금액도 1천만원을 넘어섰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인 실정이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보이스피싱이나 대출 사기 등의 이용계좌로 의심되는 경우 피해자나 수사기관의 요청을 받아들여 범죄 의심계좌를 지급정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 간 중고 거래 사기나 투자사기 등은 전기통신사기에 해당하지 않아 지급정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이에 따라 수사 과정에서 범죄계좌임이 확인돼 은행에 계좌 지급정지 요청 공문을 보내더라도 은행별로 지급정지 여부를 판단하고, 대다수가 이를 거절하고 있다.

A씨를 비롯한 이번 사건 피해자들 또한 은행 등에 계좌 지급정지 요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물품 거래를 가장한 행위'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통과되지는 못한 상태다.

이에 대해 A씨는 "사기 일당은 가상 계좌 번호를 계속 바꾸고, AS 센터 사칭 등 여러 수법으로 가짜 안전거래 사이트를 계속 만들어 돈을 갈취하고 있다"며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법률 개정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