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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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국내에서 처음 발병한 소 전염병인 '럼피스킨병'이 경기·충청권 농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방역 당국이 비상이 걸렸다. 첫 발병 확인 이후 이틀만에 확진 사례가 10건으로 늘어났다.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충남 서산시 부석면의 한우농장 세 곳과 경기 평택시 포승읍의 젖소농장 한 곳, 충남 태안군 이원면의 한우농장 한 곳 등 모두 다섯 곳에서 추가 확진 사례가 나왔다고 22일 밝혔다. 국내 럼피스킨병 확진 사례는 지난 20일 서산에서 첫 발생 이후 사흘 만에 모두 10건으로 늘었다.

소나 물소만 걸리는 럼피스킨병은 혹 덩어리를 뜻하는 럼피(Lumpy)와 피부(Skin)의 합성어로 모기, 진드기 등 흡혈 곤충에 의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소가 럼피스킨병에 걸리면 고열과 함께 피부결절(단단한 혹) 등이 나타나고 체중이 감소한다. 폐사율은 10% 이하로 높지 않지만 전염성이 높고 유산이나 불임 등 농가에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국내선 이 병을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럼피스킨병은 1929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최초 발견된 이후 수십년 간 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으로 여겨졌지만 2010년대 들어 유럽, 아시아 국가로 퍼졌다. 작년에는 인도에서 이 병이 대량 발병해 소 200만마리가 감염되고 15만마리가 폐사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행정안전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관계기관은 지자체와 회의를 열고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해 방역에 나서고 있다. 농식품부는 럼피스킨병 확산 방지를 위해 해당 농장에 초동 방역팀과 역학조사반을 파견해 출입을 통제하고 농장에서 사육 중인 소들은 긴급행동 지침에 따라 살처분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또 서산 부석면 한우농가의 반경 20㎞와 추가 발생지 10㎞ 이내에서 사육중인 소 5만여 마리를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한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인도를 비롯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으로 럼피스킨병이 확산되자 백신 54만마리 분을 수입해 비축한 바 있다.

올해 럼피스킨병 발병이 현실이 되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 충남권 소에 접종할 백신 170만마리분을 추가로 도입하기 위해 재정당국과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백신 170만마리 분을 추가 도입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약 68억원 수준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국내에서 사육 중인 소 개체수는 364만두다. 국내 사육 두수의 약 절반 가량이 럼피스킨병의 영향권에 있는 셈이다.

럼피스킨병에 대해선 처방약이 없고 항생제를 통해 2차 세균 감염을 막는 수준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백신은 개발돼있어 기존에 이 병이 발병했던 유럽 등 국가들은 이후 백신 접종을 통해 재발병을 막고 있다.

미발병 국가의 경우 언제 어느 때 발병할 지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리 백신을 맞추기보단 발병 직후 전염 가능 지역을 중심으로 접종해 추가 전파를 억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수본은 지난해 도입한 백신 접종을 추진하고,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될 때까지 약 3주간 방역도 강화하기로 했다. 경기·충남권 축산시설 종사자와 차량 등에 내린 일시 이동 중지 명령도 48시간 연장할 예정이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럼피스킨병은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으므로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고, 감염 소는 살처분되기 때문에 푸드 시스템에 들어갈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축산물 수급에는 큰 영향이 없으나 수급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흡혈 곤충 방제를 철저히 하고, 임상 증상이 발견되면 신속히 신고하는 한편 방역대 농가는 긴급 백신 접종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