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예총 주최, 제주도 후원
'한라산 아미봉 4·3 해원상생굿' 열려…'산사람들' 위무
75년 전 제주4·3 당시 소위 '산사람들'(무장대)을 위무하는 '한라산 아미봉 4·3 해원상생굿'이 22일 제주시 관음사 영락원 인근 유적지에서 열렸다.

해원상생굿을 펼친 제주큰굿보존회는 아미봉에서 산사람들의 혼을 부른 후 굿하는 날짜, 장소, 사유를 설명하고 신이 내려오기를 요청하는 시왕맞이 초감제를 올렸다.

이어 저승길을 닦아 영혼을 위무하고 저승길로 보내는 질치기를 하고, 남아 있는 신을 보내고 굿청을 정리하는 뒤맞이로 굿을 마무리했다.

이날 제단에는 제주4·3위원회가 '남로당 제주도당의 핵심간부'를 특정 짓고 나서 희생자 신고를 철회한 사람들과 무장대 사령관이었던 이덕구 등의 이름을 올렸다.

굿 중간에 이덕구 조카의 딸 이명자(76) 씨가 증언하고, 김경훈 시인은 '산사람들'이라는 추도시를 낭송했다.

산오락회의 노래와 낭독극 '산, 사람들', 마로의 진혼무 등 추모 공연도 진행됐다.

탐라미술인협회는 현장에 움막과 열두문 등을 설치해 공간을 구성하고, 4·3 관련 단체인 4·3통일의 길 마중물은 한라산 곳곳에 남은 4·3의 흔적들을 전시했다.

아미봉은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 본사 관음사가 자리 잡은 한라산 북사면에 있는 봉우리로, 4·3 당시 무장대로 알려진 인민유격대의 근거지였다가 초토화작전 이후 1949년부터 토벌대가 주둔했던 곳이다.

유격대와 토벌대가 첨예하게 대치했던 4·3 당시 관음사는 1949년 2월 12일 토벌작전 중에 불에 타 소실됐다.

그만큼 4·3 전후에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였다.

이날 굿은 제주민예총이 주최하고, 제주도가 후원했다.

제주민예총은 2002년 다랑쉬굴에서 시작해 곳곳에 남아있는 아픔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사람과 자연을 치유하고 보듬는 예술적 행위로 해원상생굿을 개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