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환율 예측이 늘 빗나가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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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환율 '상고하저' 전망과 정반대
매년 경제 전망 어긋나는 일 잦아
취한 사람 걸음걸이처럼 예측 어려워
환율 움직임을 '랜덤워크'로 부르는 것
시민들 별다른 대처법 없어 문제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매년 경제 전망 어긋나는 일 잦아
취한 사람 걸음걸이처럼 예측 어려워
환율 움직임을 '랜덤워크'로 부르는 것
시민들 별다른 대처법 없어 문제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연말이 다가오니 벌써 2024년도 경제 전망이 나온다. 내년에는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여파가 진정되고 경제가 좋아지기를 기대하며 전망을 읽어보는데 항상 드는 의심은 과연 이런 전망이 얼마나 맞을까 하는 것이다. 관심을 원·달러 환율에 국한해 보면, 작년 이맘때쯤 한 경제연구소는 2023년 환율에 대해 “원·달러 환율의 경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 속에 무역적자 개선, 양호한 대외 신용 등을 감안할 때 상고하저 흐름(상반기 평균 1400원 → 하반기 1340원)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전문가도 대부분 원·달러 환율이 2023년 ‘상고하저’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올해 환율은 어떤 모습을 보였나? 상반기 원·달러 하루 환율 평균은 종가 기준 1296원을 기록했고, 하반기에는(10월 16일까지) 1316원을 기록 중이다. 더구나 지금 환율은 상승 추세에 있고 중동 정세가 불안하니 연말까지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달리 ‘상저하고’가 올해 원·달러 환율의 전반적 움직임이 될 것 같다. 2023년 전망만은 아니다. 거의 매년 이런 일이 발생해 왔다. 연말마다 전년도 언론에 보도된 새해 환율 전망을 보며 실소를 금치 못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필자가 이런 말을 꺼낸 것은 환율 전문가들의 지적 능력이나 경험을 깎아내리기 위함이 아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환율이 그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경제 변수이기 때문이다. 환율 움직임은 종종 ‘랜덤워크’로 표현된다. 랜덤워크는 몹시 술에 취한 사람의 걸음걸이를 일컫는 학술 용어다. 몹시 취한 사람은 다음 걸음이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모르는 모습을 보이니 이 사람의 종착지가 어디일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환율에도 그렇게 예측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 나올 수 있는 질문은 “그 많은 경제학자는 그동안 무엇을 했나?”다. 환율 예측이 어렵다고 해서 경제학자들이 이를 포기한 것은 절대 아니다. 지난 100여 년간 많은 학자가 환율 움직임을 이해하고 예측하려고 노력해 왔다. 미국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1896년 두 나라의 이자율 차이가 없어지는 방향으로 환율이 변동한다고 했고, 스웨덴 경제학자 구스타프 카셀은 1918년 물가 차이가 환율 변화를 가져온다고 했다(물가가 높은 나라의 화폐 가치 하락). 물론 이 같은 이론들은 비현실적인 전제조건을 갖고 있는데, 전자는 두 나라 간에 자본이 완전 자유롭게 이동한다고 전제했고 후자는 두 나라 간 교역이 완전 자유로워서 모든 물건이 두 나라에서 같은 가격을 갖는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예를 들어, 미국의 은행 이자가 높다고 우리가 미국 은행에 마음대로 예금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서비스(미용사, 교사, 식당 요리사 등이 하는 일)는 교역할 수도 없다. 이 밖에도 지난 수십 년간 여러 이론이 환율 움직임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 제시됐다.
컴퓨터가 많이 보급돼 데이터 분석이 쉬워진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 같은 이론을 데이터를 통해 검증해 본 결과는 고무적이지 않다. 대부분 이론이 내일 환율의 예측치는 오늘 종가라고 단순히 예측하는 것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고,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도 일시적·국지적인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런 이론들은 다음 분기 혹은 6개월 뒤의 환율을 예측하는 데 별반 도움을 주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경제학 이론을 이용해도 환율 예측은 어렵다고밖에 할 수 없다. 아마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돌발 변수가 예측에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일 듯하다. 이론들이 수십 년에 걸친 환율의 장기적 움직임을 설명하기는 하나 이는 실제 사회를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환율 전망도 믿기 어렵고 경제학자들도 큰 도움이 안 되니 일반 시민은 환율 변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기업이라면 사전 약정한 환율로 특정일에 외화 매수 또는 매도가 가능한 선물환을 이용해 환율 변동에 대처하면 되는데, 소액 거래를 원하는 일반 시민은 별다른 대처 방법이 없다. 금융당국이 선물환의 최소 거래 금액을 대폭 낮춰 일반 시민도 이용할 수 있게 해 줬으면 한다.
실제 올해 환율은 어떤 모습을 보였나? 상반기 원·달러 하루 환율 평균은 종가 기준 1296원을 기록했고, 하반기에는(10월 16일까지) 1316원을 기록 중이다. 더구나 지금 환율은 상승 추세에 있고 중동 정세가 불안하니 연말까지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달리 ‘상저하고’가 올해 원·달러 환율의 전반적 움직임이 될 것 같다. 2023년 전망만은 아니다. 거의 매년 이런 일이 발생해 왔다. 연말마다 전년도 언론에 보도된 새해 환율 전망을 보며 실소를 금치 못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필자가 이런 말을 꺼낸 것은 환율 전문가들의 지적 능력이나 경험을 깎아내리기 위함이 아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환율이 그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경제 변수이기 때문이다. 환율 움직임은 종종 ‘랜덤워크’로 표현된다. 랜덤워크는 몹시 술에 취한 사람의 걸음걸이를 일컫는 학술 용어다. 몹시 취한 사람은 다음 걸음이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모르는 모습을 보이니 이 사람의 종착지가 어디일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환율에도 그렇게 예측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 나올 수 있는 질문은 “그 많은 경제학자는 그동안 무엇을 했나?”다. 환율 예측이 어렵다고 해서 경제학자들이 이를 포기한 것은 절대 아니다. 지난 100여 년간 많은 학자가 환율 움직임을 이해하고 예측하려고 노력해 왔다. 미국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1896년 두 나라의 이자율 차이가 없어지는 방향으로 환율이 변동한다고 했고, 스웨덴 경제학자 구스타프 카셀은 1918년 물가 차이가 환율 변화를 가져온다고 했다(물가가 높은 나라의 화폐 가치 하락). 물론 이 같은 이론들은 비현실적인 전제조건을 갖고 있는데, 전자는 두 나라 간에 자본이 완전 자유롭게 이동한다고 전제했고 후자는 두 나라 간 교역이 완전 자유로워서 모든 물건이 두 나라에서 같은 가격을 갖는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예를 들어, 미국의 은행 이자가 높다고 우리가 미국 은행에 마음대로 예금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서비스(미용사, 교사, 식당 요리사 등이 하는 일)는 교역할 수도 없다. 이 밖에도 지난 수십 년간 여러 이론이 환율 움직임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 제시됐다.
컴퓨터가 많이 보급돼 데이터 분석이 쉬워진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 같은 이론을 데이터를 통해 검증해 본 결과는 고무적이지 않다. 대부분 이론이 내일 환율의 예측치는 오늘 종가라고 단순히 예측하는 것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고,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도 일시적·국지적인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런 이론들은 다음 분기 혹은 6개월 뒤의 환율을 예측하는 데 별반 도움을 주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경제학 이론을 이용해도 환율 예측은 어렵다고밖에 할 수 없다. 아마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돌발 변수가 예측에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일 듯하다. 이론들이 수십 년에 걸친 환율의 장기적 움직임을 설명하기는 하나 이는 실제 사회를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환율 전망도 믿기 어렵고 경제학자들도 큰 도움이 안 되니 일반 시민은 환율 변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기업이라면 사전 약정한 환율로 특정일에 외화 매수 또는 매도가 가능한 선물환을 이용해 환율 변동에 대처하면 되는데, 소액 거래를 원하는 일반 시민은 별다른 대처 방법이 없다. 금융당국이 선물환의 최소 거래 금액을 대폭 낮춰 일반 시민도 이용할 수 있게 해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