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특위가 또 특위 만든 노인문제
2025년에는 한국의 고령인구(65세 이상)가 1000만 명을 넘는다.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11개국뿐인 최고령 국가에 들어서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지만, 고령화 속도는 더 놀랍다. 고령사회(65세 이상 14%)에서 7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이행한다. 초고령화가 가장 빨랐던 일본도 11년 걸렸다. 지방은 이미 초고령사회다. 2020년에 벌써 전국 시·군·구 가운데 42%(109개)가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어린이집이 요양원으로 바뀌는 게 낯설지 않다.

고령인구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갈등과 세대 충돌도 적지 않다. 건전재정의 당위성과 연금개혁의 시급성을 놓고 벌어지는 ‘세대 착취’ 논쟁이 그렇다. 양대 노총의 정년연장 요구에서도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입장차가 잘 나타난다. ‘너희는 늙어봤나,우리는 젊어봤다.’ 젊은 노인들 사이엔 이런 말도 유행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세대 갈등은 동서고금 공통이라는 말도 있다.

국민통합위원회가 ‘노년의 역할이 살아있는 사회 특별위원회’라는 긴 이름의 특위를 출범시켰다. 대통령 직속의 자문위원회가 그 산하에 또 별동대 격의 자문위원회를 발족시키는 것을 보면 심각하긴 심각한 문제다. 출범식에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노인 문제가 곧 청년 문제”라고 했다. “젊음이라는 게 벼슬도 아니고 노인이라는 게 주홍글씨가 돼선 안 된다”고도 했는데 공감된다. 세대 공존과 (세대별) 일자리 확보 논의가 특위의 주된 업무다. 일자리 문제로 치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같은 사회적 합의 기구가 각 세대 입장을 두루 반영하는 건설적 논의를 진작 시작했어야 했다. 최소한 국회라도 국가적 갈등 현안을 제대로 수용해낸다면 특위 안의 특위가 만들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저출산이 그렇듯 초고령사회도 갑자기 온 것은 아니다.

나이는 훈장도 차별의 기준도 아니다. 고령자가 퍼주기의 주 대상이 아니듯 국가 경쟁력의 걸림돌도 아니다. 연령에서 나오는 지혜·경륜이 존경까지는 몰라도 존중의 대상은 된다. “현재 청년세대에도 노인 문제는 가깝게는 부모님 일이며, 미래에는 나의 문제가 될 일”이라는 김 위원장의 진단에 울림과 여운이 있다.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