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무력화로 '수수께끼 현상' 발생…'피벗 대책' 나와야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준금리 올려도
시장금리 탈동조화
美 통화정책 시차 1년
'파월 수수께끼' 긴장
이창용 한은 총재
매파 발언보다
금리 인하에 초점을
시장금리 탈동조화
美 통화정책 시차 1년
'파월 수수께끼' 긴장
이창용 한은 총재
매파 발언보다
금리 인하에 초점을
최근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비롯한 시장금리가 크게 오르자 미국 중앙은행(Fed)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Fed의 양대 목표인 물가 안정, 고용 창출을 달성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중심 잣대로 삼고 있는 기준금리가 무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기준금리보다 통화량을 중시해야 한다는 통화론자의 시각이 부상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통해 의도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전달 경로상 시장금리와의 체계가 잘 잡혀 있어야 한다. 이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금리가 더 오르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중앙은행 총재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 ‘수수께끼’ 현상으로 여기기도 한다.
수수께끼 현상의 후폭풍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2004년 이후 금리 인상 시기로 되돌아가면 쉽게 알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신경제 신화로 누적돼온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해 앨런 그린스펀 당시 Fed 의장이 기준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중국이 보유 외화를 활용해 미국의 국채를 매입하자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했다. 그린스펀 수수께끼 결과는 참담했다. 잡으려고 한 부동산 거품이 더 커져 2008년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빌미가 됐다.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를 맞아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제로(0) 수준으로 낮추고 ‘헬리콥터 벤’으로 상징되는 양적완화(QE)를 동원했다.
수술이 잘됐다고 하더라도 중환자가 완치하기 위해서는 수술 후 과정이 중요하듯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은 출구전략을 잘 추진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버냉키 의장과 함께 통화정책 실무를 담당한 재닛 옐런 부의장은 마치 예술(art)처럼 일몰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양적긴축(QT) 순으로 풀린 통화를 수습한 이후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기준금리 정상화를 채 마무리하기 전에 ‘코로나19’라는 디스토피아 사태를 맞은 Fed는 금융위기 이후 추진한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그대로 답습했다. 오히려 통화 공급은 재정 면에서 코로나 지원금까지 겹쳐 금융위기 때보다 더 늘어났다. 이 때문에 이번 출구전략은 더 선제적으로 더 세밀하게 추진했어야 후폭풍을 막을 수 있었다.
그랜저 심즈 인과관계 방법으로 검증하면 미국의 통화정책 시차는 1년 내외로 추정된다. 코로나 대책을 추진한 이후 정확하게 1년이 되는 때인 2021년 4월 소비자물가가 급등하자 그 이전부터 대책에 나섰어야 할 Fed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시적’이라고 판단하고 ‘평균물가목표제’까지 동원해 물가 상승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뒤늦게 당황한 Fed는 금융위기 때보다 더 세심해야 할 출구전략 과정을 압축해 기준금리 인상과 QT를 한꺼번에 단행했다. 이것도 부족해 파월 의장과 Fed 인사들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매파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Fed 역사상 가장 급진적이고 가장 강한 긴축정책으로 평가된다.
그 후폭풍은 통화정책 시차상 1년이 되는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이후 지금까지 Fed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지만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무려 3배에 가까운 1.4%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파월 의장조차 곤혹스러워하는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는 보이지 않는 금리인 데 비해 시장금리는 보이는 금리다. 국민 입장에서는 전자보다 후자가 더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지난 20년 이상 저물가·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국가와 개별 국가 내 경제주체 가릴 것 없이 빚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 이후 금융위기가 발생했듯이 파월 수수께끼 현상으로 어떤 위기가 닥칠 것인지 전 세계인이 불안에 떨고 있다.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수익률 곡선 통제(YCC) 등을 통해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올라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피벗(pivot)’ 대책이 나와야 한다.
한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 파월 수수께끼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빚까지 많은 나라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동결해 놓고 매파 발언을 반복하는 모호한 입장을 여섯 차례나 반복하고 있다. 최근처럼 심리와 네트워킹 효과가 큰 시대에는 기준금리 변경보다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이 더 중요하다. 확실하게 피벗 의지를 줘야 할 때다.
기준금리를 통해 의도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전달 경로상 시장금리와의 체계가 잘 잡혀 있어야 한다. 이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금리가 더 오르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중앙은행 총재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 ‘수수께끼’ 현상으로 여기기도 한다.
수수께끼 현상의 후폭풍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2004년 이후 금리 인상 시기로 되돌아가면 쉽게 알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신경제 신화로 누적돼온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해 앨런 그린스펀 당시 Fed 의장이 기준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중국이 보유 외화를 활용해 미국의 국채를 매입하자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했다. 그린스펀 수수께끼 결과는 참담했다. 잡으려고 한 부동산 거품이 더 커져 2008년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빌미가 됐다.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를 맞아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제로(0) 수준으로 낮추고 ‘헬리콥터 벤’으로 상징되는 양적완화(QE)를 동원했다.
수술이 잘됐다고 하더라도 중환자가 완치하기 위해서는 수술 후 과정이 중요하듯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은 출구전략을 잘 추진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버냉키 의장과 함께 통화정책 실무를 담당한 재닛 옐런 부의장은 마치 예술(art)처럼 일몰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양적긴축(QT) 순으로 풀린 통화를 수습한 이후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기준금리 정상화를 채 마무리하기 전에 ‘코로나19’라는 디스토피아 사태를 맞은 Fed는 금융위기 이후 추진한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그대로 답습했다. 오히려 통화 공급은 재정 면에서 코로나 지원금까지 겹쳐 금융위기 때보다 더 늘어났다. 이 때문에 이번 출구전략은 더 선제적으로 더 세밀하게 추진했어야 후폭풍을 막을 수 있었다.
그랜저 심즈 인과관계 방법으로 검증하면 미국의 통화정책 시차는 1년 내외로 추정된다. 코로나 대책을 추진한 이후 정확하게 1년이 되는 때인 2021년 4월 소비자물가가 급등하자 그 이전부터 대책에 나섰어야 할 Fed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시적’이라고 판단하고 ‘평균물가목표제’까지 동원해 물가 상승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뒤늦게 당황한 Fed는 금융위기 때보다 더 세심해야 할 출구전략 과정을 압축해 기준금리 인상과 QT를 한꺼번에 단행했다. 이것도 부족해 파월 의장과 Fed 인사들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매파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Fed 역사상 가장 급진적이고 가장 강한 긴축정책으로 평가된다.
그 후폭풍은 통화정책 시차상 1년이 되는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이후 지금까지 Fed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지만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무려 3배에 가까운 1.4%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파월 의장조차 곤혹스러워하는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는 보이지 않는 금리인 데 비해 시장금리는 보이는 금리다. 국민 입장에서는 전자보다 후자가 더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지난 20년 이상 저물가·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국가와 개별 국가 내 경제주체 가릴 것 없이 빚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 이후 금융위기가 발생했듯이 파월 수수께끼 현상으로 어떤 위기가 닥칠 것인지 전 세계인이 불안에 떨고 있다.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수익률 곡선 통제(YCC) 등을 통해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올라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피벗(pivot)’ 대책이 나와야 한다.
한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 파월 수수께끼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빚까지 많은 나라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동결해 놓고 매파 발언을 반복하는 모호한 입장을 여섯 차례나 반복하고 있다. 최근처럼 심리와 네트워킹 효과가 큰 시대에는 기준금리 변경보다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이 더 중요하다. 확실하게 피벗 의지를 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