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지만 미국발 ‘긴축 장기화’ 여파로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들썩이면서 가계대출 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기가 짧은 신용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는 신규 대출 차주라면 금리가 고정되는 혼합형(고정형)으로 대출받을 것을 권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차주 성향에 따라 변동형을 택하는 전략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만기 1~2년 짧은 대출, 금리 고정된 '혼합형' 유리

만기 짧으면 고정금리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19일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55~6.26%로 지난달 19일(연 4.17~6.175%) 대비 하단 금리가 0.38%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고정형 대출금리도 연 3.9~6.06%에서 연 4.11~6.29%로 오르면서 하단이 연 4%대에 진입했다. 5대 은행의 만기 1년 신용대출과 고정형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19일 기준 연 4.61~6.61%, 연 4.28~5.87%로 집계됐다.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미국 국채 금리가 치솟고 예금금리가 오르면서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9일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연 5.0% 선을 돌파했다.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시장금리를 끌어올려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 지표가 되는 국내 은행채 금리도 오른다. 이날 기준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연 4.7%대로 연초 이후 최고치다.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정기예금 최고금리도 연 4%대로 올라왔다.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면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올려 대응한다.

전문가들은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만기가 1~2년으로 짧은 대출을 실행할 때는 고정금리를 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금리 오름세가 단기간에 꺾일 가능성은 작기 때문에 6개월이나 1년마다 금리가 변하는 변동형보다 당장 금리가 낮은 고정형으로 받는 게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주담대는 변동형도 고려할만

반면 대출 기간이 5년 이상으로 긴 주담대는 시장금리가 장기적으로 내려갈 수 있는 만큼 변동형으로 받는 것도 괜찮다는 시각이 있다. 추후 고정형으로 갈아탈 경우 중도상환수수료 납부 면에서도 혜택이 있다. 통상 시중은행에서는 주담대 실행 후 3년 내로 갚으면 원금의 약 0.5~1%를 중도상환수수료로 받아 간다. 하지만 변동형 주담대를 받아 나중에 고정형으로 갈아탈 때는 통상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일단 변동형으로 실행한 다음 고금리가 부담스러우면 고정형 주담대로 갈아탈 수 있다.

오경석 신한PWM 태평로센터 팀장은 “주담대는 3년 내로 갈아타면 원금이 수억원인 만큼 중도상환수수료 등 상품 전환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당장은 고정형보다 금리 부담이 더 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유리한 선택일 수 있다”고 짚었다.

고금리가 부담되는 기존 차주라면 신용대출부터 갚아나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다만 마이너스 통장을 가지고 있다면 대출금만 상환하고 약정은 유지하는 게 낫다. 약정을 해지한 다음 나중에 통장을 다시 개설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때문에 한도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마이너스 통장은 사용분에 대해서만 이자를 내면 된다”며 “유동성을 확보해두는 차원에서 마이너스 통장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