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관공서의 비효율적인 민원 처리와 느린 디지털화 속도에 많은 한국인이 답답함을 호소한다. 뭐든지 신속하게 처리되는 게 당연한 한국과는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독일 서부 도시 쾰른에 거주하는 30대 김모씨도 마찬가지다. 독일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김씨지만 독일식 관료주의엔 적응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김씨는 최근 비자 연장을 위해 쾰른 외국인청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지만 “당장 심사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기존에 살던 독일 도시에 제출한 문서가 쾰른으로 넘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디지털화가 잘돼 있는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유학생을 위한 SNS에도 김씨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게시글이 많다. “이사한 도시로 서류가 이관되던 중 분실돼 비자 처리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이전 동네에 서류 이관 요청을 여섯 번이나 했는데 보내주질 않아 비자를 못 받고 있다” 등의 내용이 잇따른다. 김씨는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호사를 구하는 사람도 있다”며 “디지털화가 더딘 것도 문제지만 관청 직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움직이지 않고 규정 뒤에 숨어 있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근 독일에선 기차 연착도 잦아지며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독일 국영 철도회사 도이체반(DB)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장거리 열차의 정시율은 68.7%로, 1년 전보다 0.9%포인트 떨어졌다. 열차의 약 30%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프랑크푸르트에 살고 있는 이모씨는 “철도 인프라 노후화로 열차 고장이 잦다”며 “열차가 아예 취소돼 다른 유럽 국가로 환승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프랑크푸르트=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