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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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향 조정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의 여파로 인해 이집트의 구조개혁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0일 이집트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종전 'B'에서 'B-'로 한 단계 강등했다. 이로써 이집트의 신용등급은 이라크, 앙골라 등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앞서 지난 6일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집트 신용등급을 'B3'에서 'Caa1'으로 강등한 데 이어 두 번째다.

S&P가 이집트 신용등급을 낮춘 이유는 정부가 주도하는 통화 개혁 및 경제 구조 개혁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급등하고 통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S&P는 이집트에 대한 경제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S&P는 "이집트 통화 가치가 앞으로 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이집트의 부채 상환 능력도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P는 지난 4월 이집트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국가 채무 비중이 급속도로 늘어서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집트의 국가 채무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92.9%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8년 이후 5년 만의 최고치다. 지난달 이집트의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은 38%에 육박했다.

물가는 오르고 부채도 증가했지만 아랍 동맹국의 지원 가능성은 감소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0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중동 국가 정상회담에서 이집트의 동맹국은 "경제적 수익 달성"이란 조건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이집트 당국의 경제 개선 조치가 없다면 차관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이집트는 IMF로부터 30억달러 규모의 차관을 요청한 바 있다. 현재 부채 규모를 50억달러로 증액하는 협상 절차를 밟고 있다. 통화가치가 계속 평가절하되면서 외환보유고가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 정부는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세 번에 걸쳐 이집트 파운드화 가치를 하향 조정했다. 작년 대비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반토막 났다.

S&P는 "이집트의 외환 고갈로 인해 내년에는 경제성장세가 더 둔화할 것"이라며 "환율이 계속 떨어지게 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