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 공사가 끝났는데도 아직 해산·청산하지 않은 조합이 167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조합장이나 청산인의 행방이 묘연하거나 소송이 진행 중인 곳이 121개소로 나타났다. 해산을 지연하면서 조합 운영비를 받아 조합원들의 경비를 낭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각종 의무를 위반한 의혹이 있는 청산인 22명을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 7~9월 두 달간 정비사업 해산·청산 일제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비사업 준공에 따른 이전고시에도 해산·청산하지 않은 조합이 167개소라고 23일 밝혔다. 주요 지연사유는 소송 진행(79개소)과 시공사와의 분쟁(6개소), 조합장·청산인의 소재 불명(42개소), 채권·채무 관계(4개소), 잔존업무 처리 등 정상 추진 중(36개소)로 파악했다. 서울시는 조사 결과 해산된 조합의 대표청산인의 보수는 평균 4800만원으로, 최고 1억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서울시는 "해산·청산의 원인을 유형별로 분석해 그 책임이 조합장·청산인에게 있다고 판단되면 수사의뢰·조합설립인가 취소 등 법적조치로 지연 조합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청산 과정에서 정기적인 정보공개 의무나 관련 자료 보관 의무를 위반한 의혹이 있는 청산인 22명에 대해서는 벌칙 규정에 따라 수사 의뢰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전고시 1년 이내에 해산총회 의결을 하지 않은 조합 8개소는 법령에 따라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하도록 자치구에 요청했다. 올해 상반기 조례개정 등 제도개선을 통해 해산된 조합은 12개소, 청산 종결된 조합은 25개다. 구청장이 전문조합관리인을 선임하거나 의무를 어겼다고 판단한 청산인은 민사적 절차에 의한 해임 청구 등을 검토하도록 권고했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시·구 합동점검단을 꾸렸다. 해산 또는 청산업무 관련 민원이 있는 정비사업 조합 4개소에 대한 실태점검을 병행하고 있다. 해산·청산절차가 이행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할 계획이다. 연말부터 실시될 하반기 일제조사부터는 자치구의 조합 관리실태를 평가하고, 담당공무원에게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부여할 예정이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지연 조합이 대폭 줄어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장점검과 제도개선을 통해 조합운영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