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O 첫 한국인 이재원 "세계 최고 악단이요? 연주 자체서 자부심 느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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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오케스트라' RCO
유일한 한국인 단원 이재원
"25개국 연주자 모여있어 다채로워"
"동료들 실력 놀라울 정도…저다운 연주 찾을 것"
유일한 한국인 단원 이재원
"25개국 연주자 모여있어 다채로워"
"동료들 실력 놀라울 정도…저다운 연주 찾을 것"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자리를 두고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네덜란드 명문 악단이 있다. 빌렘 멩겔베르크, 마리스 얀손스 같은 지휘 거장들이 이끌어 온 135년 역사의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다.
2008년 영국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을 제치고 세계 1위로 꼽은 악단이다. 웬만한 실력으론 명함도 못 내미는 이 콧대 높은 악단에 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한국인 연주자가 있다. RCO의 제2바이올린 제2부수석인 이재원(37)이다.
다음달 1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RCO 내한 공연에 함께 오르는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란 수식어보다 RCO가 만들어내는 연주와 소리, 그 안에 담긴 고유의 가치에 더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연주할 때마다 벅차올라요. 단원들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소리를 내거든요. 한 음도 허투루 연주하는 법이 없죠. 그렇게 무대 위에서 모두가 같은 감정과 에너지로 통일될 때면 엄청난 만족감을 느껴요. 그때가 바로 청중이 감동하는 순간이란 걸 본능적으로 아니까요.”
이재원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여덟 살 때 프랑스로 이민 가면서 인생 대부분을 유럽에서 보냈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을 거쳐 스위스 제네바와 독일 퀼른에서 공부한 그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객원 단원, 서울시립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부수석 등을 지내면서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경력을 탄탄히 쌓아왔다. 한국인 최초로 RCO에 입단한 건 2015년이다. 유럽에서 동양인 연주자로 활동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유럽에서 살아서 그런지 동양인이란 이유만으로 힘든 일을 겪었던 기억은 없어요. 가끔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생활을 받아들이는 게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그 시간이 도리어 문화적 포용력을 키우는 데엔 도움이 됐죠. 특히 RCO는 25개 국가에서 온 음악가들이 모여있어 성격, 특성, 음악적 색채 모든 면이 다채로워요. 제겐 더 흥미로운 악단일 수밖에 없죠.”
이재원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이 모여있는 악단인 만큼 무대에 설 때마다 동료들의 실력에 깜짝 놀란다고도 했다. “다들 정말 연주를 잘해요. 다른 연주자의 솔로를 듣다가 소리 내는 것을 잠시 잊어버릴 정도로요. 누군가는 경쟁심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반대예요. 이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는 모든 순간이 즐겁고, 이들과 더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단 생각에 끊임없이 노력하게 되죠. 제게 영감을 주는 특별한 존재가 바로 제 동료들입니다.” 그는 이번 공연을 이끄는 명(名)지휘자 파비오 루이지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루이지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수석지휘자,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등 굵직한 이력을 쌓아온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이다.
“루이지는 음악 앞에서 진실한 지휘자예요. 누구보다 꼼꼼하게 악보를 해석하고, 사소한 음표 하나까지 절대 놓치지 않습니다. 놀라운 건 디테일을 살리면서도 악단은 절대 압박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연주자들을 자유롭게 놓아주면서 음악적 이상을 그려내죠. 그와 호흡을 맞추는 건 언제나 가슴 뛰는 일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재원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가장 저다운 연주가 무엇인지 찾고 싶어요. 솔리스트로 무대에 설 때도, 다른 연주자들과 실내악을 할 때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합을 맞출 때도 어떤 감정이나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단단히 제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말이에요. 그런 연주자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2008년 영국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을 제치고 세계 1위로 꼽은 악단이다. 웬만한 실력으론 명함도 못 내미는 이 콧대 높은 악단에 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한국인 연주자가 있다. RCO의 제2바이올린 제2부수석인 이재원(37)이다.
다음달 1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RCO 내한 공연에 함께 오르는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란 수식어보다 RCO가 만들어내는 연주와 소리, 그 안에 담긴 고유의 가치에 더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연주할 때마다 벅차올라요. 단원들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소리를 내거든요. 한 음도 허투루 연주하는 법이 없죠. 그렇게 무대 위에서 모두가 같은 감정과 에너지로 통일될 때면 엄청난 만족감을 느껴요. 그때가 바로 청중이 감동하는 순간이란 걸 본능적으로 아니까요.”
이재원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여덟 살 때 프랑스로 이민 가면서 인생 대부분을 유럽에서 보냈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을 거쳐 스위스 제네바와 독일 퀼른에서 공부한 그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객원 단원, 서울시립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부수석 등을 지내면서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경력을 탄탄히 쌓아왔다. 한국인 최초로 RCO에 입단한 건 2015년이다. 유럽에서 동양인 연주자로 활동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유럽에서 살아서 그런지 동양인이란 이유만으로 힘든 일을 겪었던 기억은 없어요. 가끔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생활을 받아들이는 게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그 시간이 도리어 문화적 포용력을 키우는 데엔 도움이 됐죠. 특히 RCO는 25개 국가에서 온 음악가들이 모여있어 성격, 특성, 음악적 색채 모든 면이 다채로워요. 제겐 더 흥미로운 악단일 수밖에 없죠.”
이재원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이 모여있는 악단인 만큼 무대에 설 때마다 동료들의 실력에 깜짝 놀란다고도 했다. “다들 정말 연주를 잘해요. 다른 연주자의 솔로를 듣다가 소리 내는 것을 잠시 잊어버릴 정도로요. 누군가는 경쟁심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반대예요. 이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는 모든 순간이 즐겁고, 이들과 더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단 생각에 끊임없이 노력하게 되죠. 제게 영감을 주는 특별한 존재가 바로 제 동료들입니다.” 그는 이번 공연을 이끄는 명(名)지휘자 파비오 루이지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루이지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수석지휘자,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등 굵직한 이력을 쌓아온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이다.
“루이지는 음악 앞에서 진실한 지휘자예요. 누구보다 꼼꼼하게 악보를 해석하고, 사소한 음표 하나까지 절대 놓치지 않습니다. 놀라운 건 디테일을 살리면서도 악단은 절대 압박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연주자들을 자유롭게 놓아주면서 음악적 이상을 그려내죠. 그와 호흡을 맞추는 건 언제나 가슴 뛰는 일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재원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가장 저다운 연주가 무엇인지 찾고 싶어요. 솔리스트로 무대에 설 때도, 다른 연주자들과 실내악을 할 때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합을 맞출 때도 어떤 감정이나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단단히 제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말이에요. 그런 연주자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