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원화는 '빅브라더'?…이창용 "중국처럼 하지 않겠다" [강진규의 BOK워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중국처럼 중앙은행이 직접 커런시(통화)를 관리하는 대신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이 국민을 통제하는 빅브라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응답하는 과정에서다.

이날 이 총재는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송 의원은 "중국이 위안화를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강압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경우 빅브라더가 국민을 장악하게 되는, 통제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중국처럼) 개인정보를 중앙은행이 가지지 않고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할 것"이라며 현재의 구조와 같은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은은 최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내년께 CBDC 모의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의 예금을 토큰화해 일반 국민도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일반 국민들이 예금 토큰을 발급받고, 이를 활용한 계좌이체 등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은과 금융당국은 예금 토큰은 기존 예금에 비해 스마트 계약 등을 처리하는 데 편리하다고 보고 있다.

송 의원은 CBDC는 해킹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과 북한 등 국가주도의 해킹 범죄단이 가상자산을 해킹하는 경우도 있다"며 "CBDC가 해킹에 최약하게 운영될 경우 경제가 마비될 수 있다"고 말했다.이 총재도 이에 대해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미국과 유럽에서 표준화된 시스템을 도입한 후 안전성을 보고 실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