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인식 찍고, 담배 피는 직원"…실제 근로시간 어떻게 계산할까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근로 시간의 효율적 관리는 기업들의 중요한 과제다. 특히 법정 근로시간은 위반할 경우 회사 대표가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민감한 이슈다. 보통 고용노동부로부터 근로감독을 받게 될 경우 고용노동청은 기본적으로 근로 시간부터 조사에 착수한다. 연장근로수당이 제대로 지급됐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감독관들이 근로 시간을 출입 카드나 지문인식기에 찍힌 시간을 기준으로 근로 시간을 산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GettyImages
GettyImages
근로감독관은 사건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출입 카드 기록 시간을 기준으로 연장근로수당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형사 절차로 진행한다는 '반협박'에 울며 겨자 먹기로 처리하는 회사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정말 출입 기록으로 근로 시간을 산정하는 게 정확할까? 특히 기업들이 사옥 내 커피숍이나 안마의자 등 자유롭게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의외로 까다로운 법원 "앱, 지문인식기 못 믿어"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근로 시간 확인 방법', 과연 법원에서 인정될까.

의외로 법원은 생각보다 까다롭게 근로 시간을 인정하는 편이다. 현행법상 시간외근로수당 청구 소송 등 민사소송에서 연장근로 자체에 대한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원고(근로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임금체불로 인한 형사 공판도 유죄를 주장하는 검사에게 입증책임이 있다.

보안을 이유로 흔히 쓰이는 지문 시스템은 증거로 잘 인정해주지 않는다.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사무실 출입 지문인식기 기록을 기준으로 계산한 근로 시간이 연장근로 제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사업주가 기소된 사건에서 '지문인식기의 기록은 근로자의 최초 출입 및 최종 퇴거를 알 수 있는 시각일 뿐 이를 실제 근로의 시작 및 종업시간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한 바 있다(2014고정704).

게임소프트웨어 개발업을 하는 사업주가 포괄 임금 약정을 통해 근로자들의 법정수당을 미지급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건에서 대구지방법원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문 인식시스템은 애초 직원들의 출퇴근 관리가 아닌 보안의 필요성 때문에 도입된 것"이라며 지문 인식시스템으로 확인되는 사무실 출입 시간만으로는 초과근로시간을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2016고단863).

대형 화물트럭 운전기사의 근로 시간을 차량에 장착된 전자식 운행기록 장치의 운행기록만으로는 증명할 수 없다는 판결도 있다. 전자식 운행기록 장치의 운행기록은 차량의 시동을 켜고 끈 시점일 뿐 근로의 개시나 종료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2018나8485 판결).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상시 근로 시간을 체크했다면 인정받을 수 있을까? 대형마트 근로자들이 시간외근로 수당을 청구한 사건서 1심 서울중앙지법은 해당 기록을 인정했다. GPS 등 위치 기록이 있어 객관적이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항소심은 증거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고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애플리케이션 기록 중 다수가 피고 사업장 밖에서 기록된 점, 퇴근 장소를 임의로 조작할 수 있는 점 등이 문제가 됐다(2014나9327).

결국 법원은 전자 시스템이라고 객관성을 무조건 인정하고 있지는 않은 셈이다.

PC 온·오프 시스템, 연장근로 사전 승인 제도 도입해야

하지만 고용노동청의 조치에 대해 '거역'할 수 있는 사업장은 많지 않다. 게다가 이번 정부도 근로 시간 체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포괄임금제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사업주에게 근로 시간을 체크하도록 의무를 지우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어떤 조치를 해야 할까. 이광선 변호사는 "PC 온오프(ON-OFF)제를 철저히 시행해 일정 시간 자리를 비우면 자동으로 'PC OFF' 또는 로그아웃되도록 해 PC를 통한 실제 근로 시간 관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PC를 잘 사용하지 않는 직무의 경우 근로자 스스로 출근, 퇴근, 휴게시간을 입력하도록 하고 사전 연장근로 승인이 없이 연장근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업규칙 등에 "연장 근로 시 반드시 소속 부서장 허락을 맡아야 한다"는 규정을 도입하는 게 가장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