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압구정·여의도 재건축 시정조치는 조합 욕심 바로잡은 것"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압구정·여의도 재건축 설계자·시공사 선정 절차를 중단시킨 데 대해 "조합이 욕심을 앞세워 이를 시정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후도시특별법에 대해서는 "기반시설 확충 없이 가구수만 늘리는 건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신중론을 나타냈다.

오 시장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압구정3구역과 여의도 한양 재건축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신속통합기획으로 서울시에서 서두를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서두르고 있다"며 "조합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데, 압구정과 여의도는 조합 측에서 욕심을 앞세운 게 있어 시정조치했다"고 밝혔다. '신통기획 기부채납(공공기여) 절차가 애매해 주민갈등이 커지고 사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유 의원의 지적에는 "아무래도 조합 측은 그 지역 조합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원할 것이고, 서울시 입장에선 공공기여의 개념이 꼭 그런 건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국회 법안심사 소위에 계류 중인 노후도시특별법은 '신중하게 검토해야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노후도시특별법은 자족기능 향상이나 대규모 기반시설 확충 등 공공성 확보가 전제된 단지에 안전진단을 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공기여 없이도 가구수를 15%까지 늘릴 수 있는 특례도 포함하고 있다. '노후도시특별법에 반대하는 입장인가'라는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오 시장은 "반대하기보다는 신중론"이라며 "기반시설이 노후한 게 노후도시인데, 기반시설 정비 없이 가구수만 15% 늘리는 것은 상당히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안전진단 면제에 대해서도 "최근 리모델링이 빠른 추진이나 저렴한 공사비 등의 장점이 없어지고 안전이 우려되고 있다"며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는 지난 5월에도 국토교통위에 '안전진단 면제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무분별한 재건축으로 자원 낭비와 이주 문제, 부동산 투기 등 주택시장의 혼란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오 시장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부담금 면제구간에 대한 의견이 있나'는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되도록 (부담을) 줄이면 좋겠다"며 "시는 법 개정을 적극 요청드렸고, 현재 상임위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을 위해)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재초환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초과이익 부담금이 면제되는 금액 기준을 기존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부과 구간은 2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높여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과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과 공공재개발사업 일반분양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 의원이 국토부와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서울시 25개 자치구가 40개 재건축 단지 조합에 통보한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은 2조5811억원이다. 작년 6월말 기준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은 1조5000억원(28개 조합)이었으나, 1년 만에 1조1000억원이 증가한 셈이다. 서울 강남, 광진, 은평 등 6개 자치구가 대상이다. 강남구에서는 1인당 평균 4억원을 부담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는 조만간 면제구간과 부과구간을 완화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낼 계획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