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주요 당직자들과 만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주요 당직자들과 만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국민의힘이 23일 당 혁신위원장으로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임명했다. 인 교수는 임명 직후 기자들과 만나 “와이프(배우자)와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할 것 같다”며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했다. 혁신위원회는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당 조직을 쇄신하고,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하는 역할을 맡는다.

내년 총선, “많은 사람 내려와야”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인 교수의 혁신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했다. 김기현 대표는 “인 교수는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 통합에 대해 깊은 안목과 식견을 가진 분”이라며 “국민의힘을 보다 신뢰받는 정당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최적의 처방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혁신위 권한과 관련해서는 “위원 구성과 활동 범위, 안건과 활동 기한 등에 전권을 갖고 자율적·독립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고위 이후 인 교수는 김 대표, 이만희 사무총장과 독대하며 향후 혁신위 활동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그는 총선 공천과 관련해 “국민의힘에 있는 많은 사람이 내려와야 한다”며 “변하고 희생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고 대대적인 인적 쇄신 의지를 밝혔다.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서는 “통합을 추진하려고 한다”며 “사람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이런 통합”이라고 말했다. 대대적인 혁신을 통해 보다 다양한 계층과 정파를 아우르는 정당으로 국민의힘을 탈바꿈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호남 출신의 보수

인 교수의 가문은 구한말 미국에서 온 유진 벨 선교사를 시작으로 4대째 한국에서 교육 및 의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할아버지는 독립유공자, 아버지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로 반공 성향이 강하지만 전남 순천에서 성장해 호남 정서를 갖고 있기도 하다. 2006년에는 <내 고향은 전라도, 내 영혼은 한국인>이라는 저서를 출간해 한국과 호남에 대한 깊은 애정을 나타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꼽는 한편 박정희 전 대통령도 오늘날의 한국을 만든 인물로 높게 평가한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지지 활동을 했지만,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시민군 통역으로 참여한 이력도 있다.

인 교수는 지난해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람들은 ‘도매금’ 성향이 있다”며 “생각이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 하는데, 생각이 다르면 사람을 통째로 미워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부는 그와 선조들의 공로를 인정해 2012년 특별귀화 1호로 한국 국적을 인 교수에게 부여했다.

혁신 가능할까 우려도

이 같은 이력 때문에 인 교수는 중도층과 호남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릴 최적의 인물로 평가된다. 벌써부터 여권 내에서는 인 교수가 내년 총선에서 연세대가 있는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하며 현실 정치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혁신위원장으로서 당의 쇄신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평가가 많다. 4선의 윤상현 의원은 채널A에 출연해 “인 교수는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적절한 분인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당 체제를 개선하고 총선에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대수술”이라며 “여권 전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을 대수술할 집도의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MBC 라디오에서 “흥미롭고 혁신적인 느낌은 나지만 실제 ‘우리(당 지도부)가 불편한 건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카드일 수 있다”고 했다.

노경목/박주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