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묻은 건반' 거장…"청중 위해 고통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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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예핌 브론프만
'세계 3대 악단' RCO와 11월 내한
명지휘자들이 앞다퉈 찾는 거장
"관객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다"
손 부상에도 선보인 '피의 명연'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 연주
"사적 감정 없애고 작품에 집중"
"韓, 청중 열정·연주자 재능 대단"
RCO와 최고의 앙상블 확신
'세계 3대 악단' RCO와 11월 내한
명지휘자들이 앞다퉈 찾는 거장
"관객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다"
손 부상에도 선보인 '피의 명연'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 연주
"사적 감정 없애고 작품에 집중"
"韓, 청중 열정·연주자 재능 대단"
RCO와 최고의 앙상블 확신


‘피의 명연(名演)’으로 클래식 애호가들을 울린 거장 피아니스트 브론프만이 한국을 찾는다. 다음달 1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네덜란드 명문 악단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지휘 파비오 루이지) 내한공연의 협연자로 서기 위해서다. RCO는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최정상 악단이다.
지난 22일 한국경제신문과 서면으로 만난 브론프만의 연주 철학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손에서 피가 나든, 엄청나게 혼란스러운 일이 바로 옆에서 일어나든 연주자는 연주에만 몰두해야 합니다. 고통스럽다고, 불편하다고 집중력을 잃으면 안 됩니다. 연주자는 음악으로 말하는 사람인데 좋은 연주를 못 보여주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전부 변명일 뿐이죠.”
브론프만이 이번 공연에서 연주하는 작품은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단악장이지만 서정적인 주제가 변주를 거듭하면서 매 순간 새로운 테크닉과 다채로운 음향을 불러일으키는 곡이다. “리스트 협주곡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악상들이 담겨 있어요. 개인적인 감정은 최대한 배제하고, 작곡할 당시 리스트의 생각과 심경을 청중에게 그대로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브론프만에게 가장 많이 따라붙는 수식어는 ‘러시아 낭만음악의 스페셜리스트’다. 하지만 정작 그는 이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러시아 작곡가 작품이든 헝가리 작곡가 리스트의 작품이든 자신에겐 모두 똑같이 의미 있는 음악이란 이유에서다.
브론프만은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이 두터운 피아니스트다. 1988년부터 꾸준히 방한한 덕분이다. 2019년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린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협연을 맡은 인물도 그였다.
“한국 문화를 다 좋아하지만 특히 클래식 음악을 향한 청중의 뜨거운 관심에 깜짝 놀랐어요. 정말 열정적이죠. 또 한국 연주자들은 대단한 음악적 재능을 갖고 있어요. 미국에서 공부할 때 ‘정 트리오’(첼리스트 정명화·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피아니스트 정명훈),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 등의 연주를 매우 인상 깊게 봤습니다. 그런 한국에서 연주할 수 있는 건 큰 기쁨이죠.”
이번 공연에서 RCO는 베버 ‘오베론’ 서곡,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등도 함께 연주한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