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내공 '민병헌 그레이'…양보 없이 쌓은 '계율'을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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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구조
민병헌 개인전 '戒(계)'
흑백 스트레이트 사진의 대가
작품인생 40년 집대성한 전시
디지털 등장에도 아날로그 고집
모든 과정 인간 개입 최소화해
보조 하나 없이 홀로 인화작업
민병헌 개인전 '戒(계)'
흑백 스트레이트 사진의 대가
작품인생 40년 집대성한 전시
디지털 등장에도 아날로그 고집
모든 과정 인간 개입 최소화해
보조 하나 없이 홀로 인화작업
민병헌(69·사진)은 흑백의 스트레이트 사진을 고집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사진작가다. 지난 40년 동안 첨단 촬영 기법이 쏟아져 나와도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계율(戒律)’을 만들었다. 촬영부터 인화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맡는다. 오직 아날로그 방식의 젤라틴 실버 프린트만으로 세밀하게 작품을 완성한다. “흑백 사이에 있는 회색에는 실로 어마어마한 단계의 색이 있다”는 그의 말처럼 작품들은 때론 쓸쓸하고, 때론 화려하다. 거칠면서 담백하고, 웅장하면서 소박하다.
그의 미적 세계는 구도자의 그것과 닮았다. 민병헌의 40년 작품 세계를 총망라하는 전시 ‘戒(계)’가 서울 성수동 갤러리 구조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대표 작품 ‘스노우 랜드’ ‘딥 포그’ ‘리버’ ‘바디’ 중 34점을 엄선했다. 뮤지션 선종표가 작품에 헌정곡을 더했다.
민 작가는 ‘손의 사진가’라고도 불린다. 손으로 셔터를 누르고 손으로 인화하는 모든 과정에 시간의 층과 온기를 새겨 넣는다. 극도의 섬세함으로 완성한 은은한 회색조와 부드러운 질감은 관객에게 시적 감각을 일깨워준다. 때론 잔잔하고 담백한 시선으로 잊고 있던 감성을 떠오르게 한다. 사진 속 아스라한 풍경과 인물들은 그 숨결마저 세세하게 전해진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새벽녘 입안에 남는 전날 밤 꿈의 맛과 닮았다”고 표현한다.
민병헌은 자신만의 직관적인 감성과 시선을 은은한 회색조의 프린트를 통해 표현하며 ‘민병헌 그레이(grey)’라는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시카고 현대미술관, 휴스턴 미술관, 프랑스 국립조형예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을 달고 사는 ‘사진의 시대’에 사진으로 예술적 성과를 인정받은 셈이다.
그의 작품에는 어느 곳에서 찍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일련번호와 프린트 사이즈, 언제 찍었는지에 대한 정보만 있다. 사진에 특정한 메시지를 담기보다 그 순간에 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라는 게 작가의 말이다. 일흔을 앞둔 그는 지금도 군산의 작업실을 기반으로 홀로 사진 찍으러 나가고, 홀로 암실에 들어간다.
보조 스태프 없이 대형 롤링 인화지에 현상하는 작업은 “죽을 만큼 힘든 노동”이라고 그는 말했다. 요즘은 인화지를 구하기도 어려워 사진을 찍어놓고 1~2년씩 기다렸다 작업하기도 한다고. 그는 “필름 작업을 위해 온갖 약품 사이에서 밤샘 작업을 하고 나면 다음날 목소리가 안 나온다”고 했다.
그의 작품은 길이 123㎝를 넘는 대형작이 없다. 사진 인화지가 약품 속에 몇 번 들어갔다 나오면 이리저리 구겨지고 말려 들어가기 때문에 홀로 작업할 수 있는 최대 사이즈가 지금의 작품 크기여서다. 긴 세월 힘들고 불편한 과정을 감내하며 만든, 고집스러운 아날로그의 단편들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전시다. 오는 11월 19일까지.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그의 미적 세계는 구도자의 그것과 닮았다. 민병헌의 40년 작품 세계를 총망라하는 전시 ‘戒(계)’가 서울 성수동 갤러리 구조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대표 작품 ‘스노우 랜드’ ‘딥 포그’ ‘리버’ ‘바디’ 중 34점을 엄선했다. 뮤지션 선종표가 작품에 헌정곡을 더했다.
민 작가는 ‘손의 사진가’라고도 불린다. 손으로 셔터를 누르고 손으로 인화하는 모든 과정에 시간의 층과 온기를 새겨 넣는다. 극도의 섬세함으로 완성한 은은한 회색조와 부드러운 질감은 관객에게 시적 감각을 일깨워준다. 때론 잔잔하고 담백한 시선으로 잊고 있던 감성을 떠오르게 한다. 사진 속 아스라한 풍경과 인물들은 그 숨결마저 세세하게 전해진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새벽녘 입안에 남는 전날 밤 꿈의 맛과 닮았다”고 표현한다.
민병헌은 자신만의 직관적인 감성과 시선을 은은한 회색조의 프린트를 통해 표현하며 ‘민병헌 그레이(grey)’라는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시카고 현대미술관, 휴스턴 미술관, 프랑스 국립조형예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을 달고 사는 ‘사진의 시대’에 사진으로 예술적 성과를 인정받은 셈이다.
그의 작품에는 어느 곳에서 찍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일련번호와 프린트 사이즈, 언제 찍었는지에 대한 정보만 있다. 사진에 특정한 메시지를 담기보다 그 순간에 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라는 게 작가의 말이다. 일흔을 앞둔 그는 지금도 군산의 작업실을 기반으로 홀로 사진 찍으러 나가고, 홀로 암실에 들어간다.
보조 스태프 없이 대형 롤링 인화지에 현상하는 작업은 “죽을 만큼 힘든 노동”이라고 그는 말했다. 요즘은 인화지를 구하기도 어려워 사진을 찍어놓고 1~2년씩 기다렸다 작업하기도 한다고. 그는 “필름 작업을 위해 온갖 약품 사이에서 밤샘 작업을 하고 나면 다음날 목소리가 안 나온다”고 했다.
그의 작품은 길이 123㎝를 넘는 대형작이 없다. 사진 인화지가 약품 속에 몇 번 들어갔다 나오면 이리저리 구겨지고 말려 들어가기 때문에 홀로 작업할 수 있는 최대 사이즈가 지금의 작품 크기여서다. 긴 세월 힘들고 불편한 과정을 감내하며 만든, 고집스러운 아날로그의 단편들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전시다. 오는 11월 19일까지.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