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희 "매일 파3 돌며 쇼트게임 감각 키워…LPGA 도전할 자신감 충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상상인·한경TV 오픈 우승…임진희 인터뷰
막판 버디 7개 잡으며 대역전극
"첫 홀 3.5m 퍼트 넣고 좋은 예감"
고등학생때부터 하루종일 연습
요즘도 상금 받으면 레슨비 투자
"이번엔 Q시리즈 통과 자신 있다"
막판 버디 7개 잡으며 대역전극
"첫 홀 3.5m 퍼트 넣고 좋은 예감"
고등학생때부터 하루종일 연습
요즘도 상금 받으면 레슨비 투자
"이번엔 Q시리즈 통과 자신 있다"
지난 22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상인·한국경제TV 오픈 2023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임진희(25)는 특이한 꿈을 꿨다. “경기 직전 드라이버 헤드가 박살 나는 꿈을 꿨어요. 부랴부랴 용품사에 도움을 청해 헤드를 교체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죠. 다행히 새로 완성된 드라이버를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잠에서 깼는데 기분이 개운했습니다. 꿈은 반대라는 말을 믿고 안심하고 대회장으로 향했죠.”
그 꿈이 용했나보다. 임진희는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 잡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선두 임희정(23)에게 4타 뒤진 채 출발했지만 무서운 기세로 따라잡으며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시즌 임진희의 세 번째 우승이자 자신의 투어 통산 다섯 번째 우승으로, 이예원(20) 박지영(27)과 나란히 다승왕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어 낸 밤, 임진희는 3년 전 이맘때를 떠올렸다고 했다. 2부 리그(드림투어)와 1부 정규투어를 오가며 다음 해 시드권을 걱정하고 있던 때였다. 그는 23일 “3년 사이 이렇게 성장했다는 사실이 뿌듯해서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칭찬해줬다”며 웃었다.
올 시즌 최고의 플레이를 펼친 상상인·한국경제TV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임진희는 “첫 홀에서 좋은 예감을 받았다”고 했다. 이날 그린 스피드는 3.8. 단단하고 빠른 그린에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첫 번째 홀에서 약 3.5m 버디퍼트를 시도했는데 약하다 싶었던 퍼트가 홀로 쏙 들어갔다. 거리감이 잡히자 코스 공략이 과감해졌다. 마지막 홀에서도 ‘연장을 가려면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버디를 과감하게 시도했고 이게 챔피언 퍼트가 됐다. 이날 임진희의 퍼팅 부문 이득타수는 출전 선수 가운데 네 번째로 높았다.
골퍼 임진희를 키운 8할은 ‘노력’이다. 대부분 골프 선수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선수의 길을 걷는 데 비해 임진희는 함평골프고로 진학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선수를 준비했다. 주니어 골프 선수의 세계는 냉혹했다. 임진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골프만 쳐야 한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며 “친구들이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성적 차이가 워낙 커서 속상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죽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것도 이때다. “할 수 있는 게 연습뿐”이어서 온종일 연습에 매달렸다. 1년 치 목표를 세우고 준비하는 습관이 생긴 것도 이때부터다. 프로 입회, 점프투어 우승, 드림투어 우승 등 눈앞의 목표를 이뤄간 임진희는 2021년, 골프선수로서 날아오르는 기회를 얻었다. 그전까지 시드전을 전전하는 무명선수였던 그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우승을 거두며 KLPGA투어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수많은 선수가 첫 승 이후 조용히 사라지지만 임진희는 우승을 시작으로 더 높이 날아올랐다. 이듬해 2승을 거뒀고 올해 4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으로 일찌감치 1승을 챙겼다. 8월에는 제주삼다수마스터스에서 우승해 오랫동안 바랐던 고향 제주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제 3승을 거두며 KLPGA투어 최정상급 선수로 거듭났다.
임진희는 지금도 더 성장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현재 세 명의 프로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 샷 담당, 쇼트게임 담당 코치를 각각 뒀는데 올 들어 매 대회 현장에서 전반적인 부분을 점검해주는 코치를 한 명 더 모셨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코치와 거의 매일 파3 홀을 돌며 쇼트게임 감각을 끌어올렸다. 그는 “지금도 수입이 생기면 한 번이라도 더 라운드를 돌고 레슨을 한 번 더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시작하며 임진희는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다승왕, 상금 10억원 이상,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Q)시리즈 통과. 세 개 대회를 남겨둔 지금 시즌 3승을 이뤄냈고 총상금 9억506만원으로 목표 달성을 눈앞에 뒀다.
다음달에는 마지막 목표인 LPGA투어 Q시리즈에 나선다. 내년 LPGA투어 카드를 따내기 위한 도전이다. 23일 현재 임진희의 세계랭킹은 64위로, 75위 이내 선수에게 주어지는 Q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냈다. 그는 “골프선수로 롱런하기 위해서는 해외 무대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층 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큰 무대를 위한 준비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겨울 퍼팅 등 쇼트게임을 끌어올렸고 올 시즌이 끝나면 비거리를 늘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골프 선수로서 임진희의 최종 꿈은 뭘까. 그는 “고향인 제주도를 대표하는 스포츠 선수가 되고 싶다”는 답을 내놨다. 양용은 임성재 등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제주 출신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의미다. 우승한 다음날, 임진희는 골프채를 챙겨 연습장으로 향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그 꿈이 용했나보다. 임진희는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 잡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선두 임희정(23)에게 4타 뒤진 채 출발했지만 무서운 기세로 따라잡으며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시즌 임진희의 세 번째 우승이자 자신의 투어 통산 다섯 번째 우승으로, 이예원(20) 박지영(27)과 나란히 다승왕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어 낸 밤, 임진희는 3년 전 이맘때를 떠올렸다고 했다. 2부 리그(드림투어)와 1부 정규투어를 오가며 다음 해 시드권을 걱정하고 있던 때였다. 그는 23일 “3년 사이 이렇게 성장했다는 사실이 뿌듯해서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칭찬해줬다”며 웃었다.
올 시즌 최고의 플레이를 펼친 상상인·한국경제TV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임진희는 “첫 홀에서 좋은 예감을 받았다”고 했다. 이날 그린 스피드는 3.8. 단단하고 빠른 그린에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첫 번째 홀에서 약 3.5m 버디퍼트를 시도했는데 약하다 싶었던 퍼트가 홀로 쏙 들어갔다. 거리감이 잡히자 코스 공략이 과감해졌다. 마지막 홀에서도 ‘연장을 가려면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버디를 과감하게 시도했고 이게 챔피언 퍼트가 됐다. 이날 임진희의 퍼팅 부문 이득타수는 출전 선수 가운데 네 번째로 높았다.
골퍼 임진희를 키운 8할은 ‘노력’이다. 대부분 골프 선수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선수의 길을 걷는 데 비해 임진희는 함평골프고로 진학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선수를 준비했다. 주니어 골프 선수의 세계는 냉혹했다. 임진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골프만 쳐야 한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며 “친구들이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성적 차이가 워낙 커서 속상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죽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것도 이때다. “할 수 있는 게 연습뿐”이어서 온종일 연습에 매달렸다. 1년 치 목표를 세우고 준비하는 습관이 생긴 것도 이때부터다. 프로 입회, 점프투어 우승, 드림투어 우승 등 눈앞의 목표를 이뤄간 임진희는 2021년, 골프선수로서 날아오르는 기회를 얻었다. 그전까지 시드전을 전전하는 무명선수였던 그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우승을 거두며 KLPGA투어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수많은 선수가 첫 승 이후 조용히 사라지지만 임진희는 우승을 시작으로 더 높이 날아올랐다. 이듬해 2승을 거뒀고 올해 4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으로 일찌감치 1승을 챙겼다. 8월에는 제주삼다수마스터스에서 우승해 오랫동안 바랐던 고향 제주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제 3승을 거두며 KLPGA투어 최정상급 선수로 거듭났다.
임진희는 지금도 더 성장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현재 세 명의 프로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 샷 담당, 쇼트게임 담당 코치를 각각 뒀는데 올 들어 매 대회 현장에서 전반적인 부분을 점검해주는 코치를 한 명 더 모셨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코치와 거의 매일 파3 홀을 돌며 쇼트게임 감각을 끌어올렸다. 그는 “지금도 수입이 생기면 한 번이라도 더 라운드를 돌고 레슨을 한 번 더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시작하며 임진희는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다승왕, 상금 10억원 이상,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Q)시리즈 통과. 세 개 대회를 남겨둔 지금 시즌 3승을 이뤄냈고 총상금 9억506만원으로 목표 달성을 눈앞에 뒀다.
다음달에는 마지막 목표인 LPGA투어 Q시리즈에 나선다. 내년 LPGA투어 카드를 따내기 위한 도전이다. 23일 현재 임진희의 세계랭킹은 64위로, 75위 이내 선수에게 주어지는 Q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냈다. 그는 “골프선수로 롱런하기 위해서는 해외 무대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층 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큰 무대를 위한 준비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겨울 퍼팅 등 쇼트게임을 끌어올렸고 올 시즌이 끝나면 비거리를 늘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골프 선수로서 임진희의 최종 꿈은 뭘까. 그는 “고향인 제주도를 대표하는 스포츠 선수가 되고 싶다”는 답을 내놨다. 양용은 임성재 등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제주 출신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의미다. 우승한 다음날, 임진희는 골프채를 챙겨 연습장으로 향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