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당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 연기와 잔해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AFP연합뉴스
23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당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 연기와 잔해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전쟁에 돌입한 뒤 처음으로 가자지구에 군을 투입해 지상 작전을 펼쳤다. 이란 역시 레바논 무장 세력 헤즈볼라의 이스라엘에 대한 제한적 공격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모두 전면전을 피하고 있지만 확전이 불가피한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변인은 23일 언론 브리핑에서 “테러리스트 부대를 사살하기 위해 밤사이 탱크와 보병부대를 동원한 기습 작전을 펼쳤다”며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군의 침공에 대비해 집결한 곳에 초점을 둔 공습도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가리 대변인은 이번 작전을 가자지구 안쪽으로의 “깊숙한” 침투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실종자 및 인질들과 관련한 정보를 얻기 위해 소재 파악과 수색 작전도 벌였다”고 덧붙였다.

첫 교전으로 사상자도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은 지상전에 대비하기 위해 가자지구 내 지역을 정비하던 중 하마스의 대전차 유도 미사일 공격을 받고 자국 군인 한 명이 숨지고 세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하마스 군사 조직인 알 카삼 여단은 가자지구에 침투한 이스라엘군과 교전해 불도저 두 대와 전차 한 대를 파괴하고 침입자를 후퇴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전쟁 발발 뒤 계속해서 지상군 투입을 예고했으나 미국의 만류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CNN은 현지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측에 인질 협상 진전과 가자지구 구호물자 수송을 위해 (지상전을) 연기하라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이 이날 지상군을 전면 투입하지 않고 제한적인 작전을 수행한 것도 이런 미국 측 입장을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이스라엘은 하마스 핵심 조직원 암살에 착수했다. 이스라엘 양대 정보기관 모사드와 신베트가 조직한 특수부대 닐리(Nili)가 작전을 맡았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이 작전이 1972년 9월 뮌헨올림픽 당시 이스라엘 선수들을 인질로 잡고 테러범 석방을 요구한 팔레스타인 ‘검은 9월단’에 대한 보복 작전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쟁의 또 다른 중요 변수였던 헤즈볼라의 전쟁 참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관측도 있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제한적 공격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22일 이란 내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 수뇌부가 이 같은 의견 일치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그간 이란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할지를 놓고 역내 영향력 유지와 자국 여론 사이에서 고심해왔다고 전했다. 미국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을 대대적으로 공격하면 반격으로 국가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경제 제재로 인한 경제난으로 민심이 이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경우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을 통해 형성한 지역 통제력을 잃게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낮은 수위의 제한적 공격은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김인엽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