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가을 총선 예상, 최근 보선 참패…경제난에 불만 비등
'49일' 재임 트러스 전 총리 혼란 정리…'변화' 이미지 강조에도 한계
영 수낵 총리 취임 1년…과제 산적, 다음 총선 전망 어두워
영국 리시 수낵(43)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취임 1주년을 맞지만, 다음 총선 전망이 어두워서 마냥 자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낵 총리는 지난해 전임 총리들이 연이어 사임하는 유례 없는 혼란 속에 '영국 호' 운전대를 잡았다.

첫 인도계, 첫 힌두교도이자, 210년만에 최연소 총리 기록을 세웠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금융인 출신이며, 부인은 인도 IT 재벌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이다.

지난해 7월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파티게이트'와 성 비위 인사 기용 문제로 떠밀려 갑자기 사임을 발표했고, 그 뒤를 이은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불과 49일 만에 물러났다.

특히 트러스 전 총리는 재정 계획 없는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하며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큰 위기감을 안겼다.

당초 트러스 전 총리와 경합하다가 당원 투표에서 고배를 들었던 수낵 총리는 재도전에서 성공했고, 바닥으로 추락했던 정부 신뢰도를 어느 정도 회복시켰다.

그러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와 코로나19 정책 대응 실패, 그에 따른 물가 급등과 심한 생활고, 국민보건서비스(NHS) 부실화, 불법 이주민에 관한 불만은 계속 이어졌다.

2010년부터 장기 집권한 보수당이 현재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여론이 아래서부터 끓어오르고 있다.

영국은 2025년 1월 이전에 총선을 치러야 하고, 실제론 내년 가을께 치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으로선 수낵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의 승리보다는 제1 야당 노동당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주 하원의원 보선에서도 보수당의 텃밭 지역구 2곳에서 모두 노동당 의원이 대승을 거뒀다.

노동당으로 넘어간 표가 20%가 넘는다는 점에서 보수당으로선 그야말로 참패다.

특히 미드 베드포드셔 지역구는 1931년부터 보수당이 한 번도 놓치지 않은 곳이다.

최근 지방선거와 보선에서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의 약진은 계속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보수당은 키어 스타머 대표의 노동당에 20포인트 차로 뒤지고 있다.

수낵 총리의 호감도는 한 달 전 온라인 설문조사 업체 유고브 조사에서 취임 이래 가장 낮았다.

현재 보수당 상황은 제러미 헌트 재무부 장관이 낙선 우려 때문에 불출마할 것이라는 설이 기사화됐다가 본인이 부인하는 일이 벌어질 정도다.

그러다 보니 수낵 총리의 당내 입지도 불안하다.

더 타임스지 일요판 선데이타임스는 22일 한 의원을 인용해서 수낵 총리에게 불만을 품은 보수당 의원 20∼25명이 불신임서한을 냈거나 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영 수낵 총리 취임 1년…과제 산적, 다음 총선 전망 어두워
수낵 총리는 올해 초 물가 상승률을 절반으로 낮추고, 경제를 성장시키고, 영불해협을 건너오는 불법 이주민을 막는 등의 정책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지난해 연 11%가 넘었던 물가 상승률은 최근 6%대이고, 성장은 미미하며, 불법 이주민은 올해 들어 2만6천명 이상으로 작년보다 조금 줄었다고 AFP는 23일 전했다.

그는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금지 시기를 연기하는 등 친환경 정책의 속도를 조절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차세대 초고속 열차 사업을 일부 폐기하면서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으려고 한다.

보수당 우파에서 요구하는 감세 카드도 계속 들고 있다.

22일 가디언지에 따르면 총리실은 어떤 감세가 가장 선거에 효과가 좋을지 여론을 시험해보고 있다.

AFP는 경기 회복이나 노동당 붕괴 경우엔 보수당이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나 팀 베일 퀸메리대 교수는 "수낵 총리는 갖고 있던 탄약을 다 쓴 것 같다"며 "유권자들은 변화를 원하는데 그건 수낵 총리도, 보수당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AFP가 전했다.

조지 오스본 전 재무장관은 선데이 타임스에 보수당 승리가 불가능하진 않지만, 영국에 확실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 조류에 저항하는 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유고브 애덤 맥도널 이사는 23일 "수낵 총리가 안은 독특한 문제는 당 좌우로 비슷한 숫자의 지지자가 이동했고, 이들을 모두 되찾으려고 한다는 점"이라며 "이념적으로 다른 유권자들에게 통하는 정책을 내놓기는 매우 어렵고, 한쪽을 겨냥하면 다른 쪽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