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구팀 "기온 상승 1.5℃로 막아도 서남극 빙상 녹는 속도 20세기 3배"

남극 대륙 빙하가 녹아 바다로 밀려 내려오는 것을 막는 대형 빙붕(ice shelf)인 서남극 빙상(West Antarctic Ice Sheet)이 녹는 것을 막을 티핑포인트(큰 변화를 불러오는 변곡점)가 이미 지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러 가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한 모형실험 결과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막는 최상의 경우에도 서남극 빙상이 녹는 속도가 20세기보다 3배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사이테크+] "서남극 빙상 녹는 속도 계속 빨라져"…붕괴 변곡점 지난 듯
영국 남극연구소(BAS) 케이틀린 노턴 박사팀은 24일 과학 저널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남극 아문센해 수온 상승과 서남극 빙상 녹는 속도를 시뮬레이션한 연구에서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기온 상승을 1.5℃ 이내 또는 2.0℃로 막는 파리협정 목표와 온실가스가 2040년께 최대치를 기록한 후 감소하는 시나리오(RCP 4.5)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며 이는 현 온실가스 감축으로는 서남극 빙상 붕괴로 이어질 해양 온난화를 막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경고했다.

서남극 빙상에는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을 5.3m 상승시킬 정도의 얼음이 포함돼 있다.

현재 온난화로 아문센해 해수 온도가 상승, 서남극 빙상이 녹으면서 육지 빙하가 바다로 흘러가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연구팀은 서남극 빙상은 온난화의 영향을 이해하고 예측하는데 매우 중요하지만, 그동안 아문센해 온난화에 대한 데이터는 제한적이었고 아문센해 수온 상승이 서남극 빙상에 미치는 영향 조사도 부족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4가지 21세기 온난화 시나리오에 대해 아문센해 수온 상승과 서남극 빙상이 녹는 속도 변화를 시뮬레이션했다.

4가지 시나리오는 기온 상승을 1.5°C와 2°C로 막는 것과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RCP 4.5 시나리오, 현재 추세의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는 최악의 시나리오(RCP 8.5)다.

[사이테크+] "서남극 빙상 녹는 속도 계속 빨라져"…붕괴 변곡점 지난 듯
그 결과 모든 시나리오에서 아문센해에서 온난화가 심각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서남극 빙상이 녹는 속도도 계속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 상승을 1.5℃와 2.0℃로 억제하는 시나리오와 RCP 4.5 시나리오에서는 아문센해 온난화와 서남극 빙상이 녹는 현상이 21세기 내내 거의 동일한 경로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기온 상승을 1.5℃로 막는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도 아문센해 온난화 속도와 서남극 빙상이 녹는 속도는 20세기보다 약 3배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가 현재 추세대로 계속 방출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다른 시나리오에서보다 서남극 빙상이 더 많이 녹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 차이는 2045년 이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턴 박사는 "서남극 빙상이 녹는 것을 통제할 수 없게 된 것 같다"면서도 "이 연구의 긍정적 측면은 이런 상황을 미리 인지해 전 세계가 다가올 해수면 상승에 적응할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 장기적으로 해수면 상승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되고 그에 적응하기가 쉬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 시드니의 뉴사우스웨일즈대 타이무어 소하일 교수는 함께 게재된 논평(News & Views)에서 "이 연구 아문센해 온난화에 대해 지금까지 연구 중 가장 포괄적인 예측을 제시한다"며 "서남극 빙상이 녹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을 가능성이 높지만 기후 변화가 해수면에 미치는 진정한 영향은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Climate Change, Kaitlin A. Naughten et al., 'Unavoidable future increase in West Antarctic ice-shelf melting over the 21st century',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8-023-01818-x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