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된 도자기를 와르르 구겼다…실패도 해봐야 실력이 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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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혜의 물레를 차며] 요즘 가장 '힙'한 달항아리 <下>
힘겹게 차 올린 기물도 굽 깎다가 망치기 일쑤
무너져내린 도자기를 구기며 뼈아픈 실패도
750℃ 초벌과 1255℃ 재벌의 고온을 견딘 달항아리
'가마신'에게 기도하며 무사히 나오기를 바랄 따름
완성된 기물은 마치 '자식'처럼 귀하게 느껴져
힘겹게 차 올린 기물도 굽 깎다가 망치기 일쑤
무너져내린 도자기를 구기며 뼈아픈 실패도
750℃ 초벌과 1255℃ 재벌의 고온을 견딘 달항아리
'가마신'에게 기도하며 무사히 나오기를 바랄 따름
완성된 기물은 마치 '자식'처럼 귀하게 느껴져
새옹지마. 물레를 차면서도 새삼 깨닫는 인생의 진리다. 어느 날은 마치 내 손이 요술방망이라도 된 것마냥 손이 흙을 타고 노닌다. 흙덩어리가 웬일로 내 말을 이렇게 잘 듣나 싶을 때, 흙기둥이 쭉쭉 올라갈 땐 마냥 기쁘고 즐겁다. 특히 달항아리의 배 부분을 불룩하게 낼 때, 전 아래 어깨 라인을 예쁘게 다듬는 중요한 과정이 잘 되면 신이 날 수밖에.
그리고는 유약 작업. 여러 색상, 질감의 유약 가운데 골라 안과 밖을 고르게 칠해줘야 한다. 특히 안쪽에는 물을 담아 화병처럼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꼼꼼하게 발라 물이 도자기 몸체에 스며들지 않게 하는 게 좋다. 나의 선택은 밀크유. 마치 우윳빛처럼 뽀얀 하얀색 유약으로, 유광으로 빛이 난다. 달항아리에 잘 어울린다고 판단돼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유약이다.
달항아리 안쪽은 밀크유를 듬뿍 부어 항아리를 돌려가면서 안쪽 벽면에 발라준다. 안쪽의 윗부분과 전 부위는 결국 붓으로 일일이 발라줘야 한다. 겉면도 마찬가지. 전기물레 위에 올려놓고 아주 천천히 돌리면서 밀크유를 꼼꼼하게 바른다. 유약 상태에 따라 다르지면 보통은 2~3번은 덧칠해줘야 한다. 손이 보통 가는 게 아니다. 달항아리처럼 큰 기물의 유약 작업을 끝내고 나면 팔이 떨어져나갈 것만 같다. 진짜다.
유약까지 바른 달항아리는 이제 가마에게 맡기면 된다. 1255℃ 고온으로 재벌에 들어간 달항아리는 1255℃까지 승온하는 데만 10시간이 걸린다. 한 번 재벌에 들어간 기물을 꺼내기까지는 무려 36~38시간이 소요된다. 유약이 자연스럽게 녹아 흘러 도자기 위에 입혀지는, 뜨겁게 달궈지는 필수 과정이다.
그렇게 내 품에 안긴 달항아리. 일반적인 디자인보다는 좀 덜 뚱뚱하고 좀 더 길쭉한 형태인데, 얄쌍한 느낌이 들어 썩 마음에 든다. 물론 한쪽 구석에 유약이 제대로 안 발린 것인지 고르지 못하게 나왔지만, 이 또한 운명이리라. 항상 100%일 수 없는 것이 또한 가마의 매력이기도 하다. 도예가들이 흔히 "'가마신'이 허락하셔야 잘 나오는 법"이라고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얄쌍한 달항아리를 품에 안으며, 다음엔 좀 더 통통하게 배가 불룩한 큼지막한 달항아리를 만들어보리라 다짐했다.
망치기 쉬운 제작과정, 750℃의 초벌과 1255℃의 재벌, 그 모든 과정을 다 잘 마친 기물은 정말 귀한 자식 같다. 유약발림 등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 모든 게 예뻐보이니, 원. 이런 저런 모양과 이런 저런 높이의 달항아리를 빚으며, 물레를 차며, 오늘도 난 인생을 배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커다란 달항아리를 품에 안기까지
드디어 지난번 물레를 찼다고 썼던 달항아리가 완성됐다. 두 개의 큰 대접 같은 모양의 기물을 합치는 '업다지' 기법으로 길쭉한 달항아리를 만들었더랬다. 상온에서 약 2주간 서서히 건조시킨 뒤 750℃ 온도로 초벌에 들어갔다. 높이가 42㎝가량 되기 때문에 가마의 절반 정도를 할애해야만 구울 수가 있다. 다른 작은 기물을 수십 개 대신 달항아리 하나를 넣는 셈이다. 가마 소성비가 비쌀 수밖에 없다. 초벌을 마친 뒤엔 흙가루를 없애줘야 한다. 유약을 바를 때 가루가 들어가 표면이 거칠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보통 작은 기물은 바로 물로 씻어버리면 되지만 달항아리처럼 예민하고 커다란 기물은 스폰지에 물을 묻혀 살살 닦아주는 게 좋다. 아이 다루듯 닦다보면 애정은 더 깊어질 수밖에.그리고는 유약 작업. 여러 색상, 질감의 유약 가운데 골라 안과 밖을 고르게 칠해줘야 한다. 특히 안쪽에는 물을 담아 화병처럼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꼼꼼하게 발라 물이 도자기 몸체에 스며들지 않게 하는 게 좋다. 나의 선택은 밀크유. 마치 우윳빛처럼 뽀얀 하얀색 유약으로, 유광으로 빛이 난다. 달항아리에 잘 어울린다고 판단돼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유약이다.
달항아리 안쪽은 밀크유를 듬뿍 부어 항아리를 돌려가면서 안쪽 벽면에 발라준다. 안쪽의 윗부분과 전 부위는 결국 붓으로 일일이 발라줘야 한다. 겉면도 마찬가지. 전기물레 위에 올려놓고 아주 천천히 돌리면서 밀크유를 꼼꼼하게 바른다. 유약 상태에 따라 다르지면 보통은 2~3번은 덧칠해줘야 한다. 손이 보통 가는 게 아니다. 달항아리처럼 큰 기물의 유약 작업을 끝내고 나면 팔이 떨어져나갈 것만 같다. 진짜다.
유약까지 바른 달항아리는 이제 가마에게 맡기면 된다. 1255℃ 고온으로 재벌에 들어간 달항아리는 1255℃까지 승온하는 데만 10시간이 걸린다. 한 번 재벌에 들어간 기물을 꺼내기까지는 무려 36~38시간이 소요된다. 유약이 자연스럽게 녹아 흘러 도자기 위에 입혀지는, 뜨겁게 달궈지는 필수 과정이다.
그렇게 내 품에 안긴 달항아리. 일반적인 디자인보다는 좀 덜 뚱뚱하고 좀 더 길쭉한 형태인데, 얄쌍한 느낌이 들어 썩 마음에 든다. 물론 한쪽 구석에 유약이 제대로 안 발린 것인지 고르지 못하게 나왔지만, 이 또한 운명이리라. 항상 100%일 수 없는 것이 또한 가마의 매력이기도 하다. 도예가들이 흔히 "'가마신'이 허락하셔야 잘 나오는 법"이라고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얄쌍한 달항아리를 품에 안으며, 다음엔 좀 더 통통하게 배가 불룩한 큼지막한 달항아리를 만들어보리라 다짐했다.
4시간의 정성은 실패로 돌아가고…
그리하여 도전. 두 개의 대접 같은 기물을 붙인 자국이 선명한, 옛날 선조들의 그 달항아리를 재현하기 위해 접합부분을 약간 일자로 뽑아 두 개의 기물을 찼다. 이제 잘 붙인 뒤 굽을 깎고 전 부분을 다듬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기물이 너무 무거운 탓이었을까. 아니면 덜 마른 상태에서 붙인 탓이었을까. 이미 굽을 깎은 아랫부분 위로 윗부분 기물을 올려 붙였는데, 전 부분을 다듬는 과정에서 이상함을 감지했다. 달항아리가 한쪽으로 기우는 것 아닌가. 안을 들여다보니 굽 한쪽이 주저앉았다. 굽과 달항아리 옆 벽면 사이가 아예 갈라져있는 걸 보니, 회생 불가다. 안타깝지만 하던 작업을 중지한 채 달항아리로 완성되기 직전이었던 기물을 구겼다. 다시 흙덩이로 돌아가버린 작업물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여기까지 말로 설명하긴 쉽지만 들인 시간만 약 4시간, 정성까지 더하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하물며 덩어리의 흙을 달항아리로 만드는 일이야 오죽할까. 구멍을 내고 일정한 두께로 높이를 뽑고 누르고 만지고 자르고 다듬는 그 수없는 노력 끝에 뭔가가 탄생하는데, 쉬이 될 리가 없다. 다 완성했다고, 내 손을 떠났다고 한들 안심할 수 없다. 가마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옆에 있던 기물이 터져 내 기물까지 같이 깨질 수도 있고, 내가 바른 유약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상한 색이 나오는 일도 허다하다(도재상이 만들어 파는 유약은 일정하지 않고 주문할 때마다 상태가 다르다). 그리고 겉으로 볼 땐 분명 멀쩡했는데 흙이 안에서부터 갈라져 기물에 금이 가는 일도 생긴다. '가마신'을 부르며 잘 완성되길 기원하는 수밖에.망치기 쉬운 제작과정, 750℃의 초벌과 1255℃의 재벌, 그 모든 과정을 다 잘 마친 기물은 정말 귀한 자식 같다. 유약발림 등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 모든 게 예뻐보이니, 원. 이런 저런 모양과 이런 저런 높이의 달항아리를 빚으며, 물레를 차며, 오늘도 난 인생을 배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