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김기훈 "TV속 성악가 따라하던 개인기, 제 업이 됐네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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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BBC 카디프 우승…11월 영국 위그모어홀 데뷔 앞두고 서울공연
"'이 정도면 됐지' 건방져지면 슬럼프…그때마다 성장해 두렵진 않죠" "'이 정도면 됐지'라는 시건방진 생각을 했을 때는 꼭 슬럼프가 와요.
BBC 카디프 우승 이후에도 정말 큰 슬럼프가 왔죠. 슬럼프 때마다 성장했기 때문에 두렵지는 않아요.
"
2년 전 국제 성악 콩쿠르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2021'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바리톤 김기훈(32)은 24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콩쿠르 이후 수개월간 슬럼프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김기훈은 "어떤 큰 산을 오르고 나면 탄탄대로만 있을 것 같은데, BBC 카디프 이후 한동안 노래가 안 됐다"며 "슬럼프를 이겨내려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다시 시작해보고, 내가 놓친 게 무엇인지 정리해봤다.
부족함을 극복하고 나니 성장한 나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뭔가를 이루고 난 다음에 오는 허탈감 때문은 아니었다"며 "더 좋은 음악, 더 편한 발성,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보니 슬럼프가 온 것 같다.
'나일론 크리스천'인데, 건방진 생각을 할 때마다 주님이 채찍을 드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슬럼프가 언제 올지 생각하기도 한다.
슬럼프가 있을 때마다 성장해왔기 때문에 두렵지는 않다"며 웃음지었다.
BBC 카디프 우승은 김기훈에게 국제 무대에 설 많은 기회를 줬다.
다음 달 26일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데뷔도 그중 하나다.
BBC 카디프 때 김기훈을 눈여겨본 위그모어홀 관장이 직접 김기훈의 독창회를 열고 싶다고 초청해 성사된 무대다.
한국 관객들을 위해 다음 달 4일 예술의전당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리사이틀이 열린다.
김기훈은 "외국에서 리사이틀을 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되고,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며 "BBC 카디프 이후 제 노래를 진득하게 듣고 계신 팬들이 있다.
그분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리사이틀 1부는 브람스의 '4개의 엄숙한 노래'를 비롯해 한국 가곡인 이원주의 '연'(緣)과 '묵향', 조혜영의 '못잊어'로 구성했다.
2부는 러시아 성악가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를 오마주한 무대로 라흐마니노프의 가곡들로 꾸렸다.
김기훈은 흐보로스토프스키를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의 음악은 물론 따뜻한 성품을 좋아한다고 했다.
라흐마니노프의 가곡은 러시아어 가사로 성악가들에게도 마냥 익숙하지만은 않다.
김기훈은 2019년 2등을 차지했던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유튜브로 러시아어를 공부했었다고 전했다.
김기훈은 프로그램에 한국 가곡을 넣은 이유에 대해 "한국 가곡에는 한국적인 스타일이 있다.
한 같은 게 서려 있기도 하고, 민요 같은 부분이 있다"며 "이런 걸 외국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었다.
실제 외국에서 한국 곡을 불러드리면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국뽕'도 좀 있다"며 "BBC 카디프 때 제가 부른 한국 가곡에 대해 발음은 뭔지, 어떤 의미인지 많이 물어봤다.
외국에 한국 가곡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기훈은 무대에서 웃으며 노래하는 보기 드문 성악가이기도 하다.
사실 성악가들은 소리를 잘 내는 데 치중하다 보니, 기쁜 노래를 부를 때도 표정이 일그러지고, 몸동작이 부자연스러워지는 경우가 많다.
김기훈은 "어디 가면 '웃는 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노래할 때는 웃으면서 부르기도 하지만, 감정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는 것 같다"며 "음악이 풍기는 분위기, 가사 내용이나 제가 전달하는 내용이 있으면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오페라 가수로 캐스팅되면서 들은 얘기가 있어요.
'너는 다른 배우들과 다르다.
일상생활을 하는 것처럼 연기해 보는 맛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제가 추구하는 연기 방식이에요.
웃는 얼굴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죠. (웃음)" 웃는 인상이다 보니 그동안 오페라에서 주로 선하고 유쾌한 역들을 맡아왔다.
'라보엠'의 마르첼로, '한여름 밤의 꿈'의 드미트리우스 등이다.
그런 그가 며칠 전 미국 텍사스 댈러스 오페라극장에서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해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토스카'의 스카르피아 역이다.
그는 "스카르피아는 겁탈, 강간, 협박하는 역이다.
어떻게 역할을 소화할 것이냐는 질문에 '웃는 사람이 사이코 연기를 하면 더 무섭지 않겠느냐'고 답했다"며 "관객들 평이나 현지 언론 평가도 좋았다"고 말했다.
김기훈은 2023/2024 시즌 영국 코벤트가든에서 '라보엠'의 마르첼로 역,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돈 카를로'의 로드리고 역, 2024/2025 시즌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라보엠'의 쇼나르 역 데뷔를 앞뒀다.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는 팔색조가 되고 싶어요.
'착하다', '나쁘다'를 떠나 아예 짓궂은 역이나 철학적인 역 같이 다양한 배역을 맡아보고 싶죠."
김기훈은 2021년 BBC 카디프 우승,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2등, 오페랄리아 성악 콩쿠르 우승 등 성악가로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연세대 음대를 수석 졸업했고, 독일 하노버 음대 석사와 최고연주자과정을 거쳤다.
이력만 보면 영재 교육을 받거나 일찍이 해외 유학을 했을 것 같지만, 그는 전남 곡성 출신이다.
지금은 '곡성의 아들'이라 불리며 고향의 자랑이 됐지만, 클래식 음악을 접할 기회조차 드문 환경에서 성악가의 길을 택하는 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김기훈이 성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다.
진로를 고민하던 때 음악학원을 무조건 찾아가 자신의 가능성을 물었지만 "판단해줄 수 없다"는 답을 듣고 돌아섰다고 했다.
그런 그의 재능을 발견해 준 건 교회 성가대 세미나에서 만난 강사였다.
이후 부모를 설득해 광주에서 성악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성악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할 줄은 알았던 것 같아요.
'열린음악회' 같이 TV에 나오는 성악가들을 성대모사하곤 했는데, 당시에는 그게 재능인지 몰랐죠. 그 개인기가 저를 먹여 살릴 업이 됐네요.
"
/연합뉴스
"'이 정도면 됐지' 건방져지면 슬럼프…그때마다 성장해 두렵진 않죠" "'이 정도면 됐지'라는 시건방진 생각을 했을 때는 꼭 슬럼프가 와요.
BBC 카디프 우승 이후에도 정말 큰 슬럼프가 왔죠. 슬럼프 때마다 성장했기 때문에 두렵지는 않아요.
"
2년 전 국제 성악 콩쿠르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2021'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바리톤 김기훈(32)은 24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콩쿠르 이후 수개월간 슬럼프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김기훈은 "어떤 큰 산을 오르고 나면 탄탄대로만 있을 것 같은데, BBC 카디프 이후 한동안 노래가 안 됐다"며 "슬럼프를 이겨내려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다시 시작해보고, 내가 놓친 게 무엇인지 정리해봤다.
부족함을 극복하고 나니 성장한 나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뭔가를 이루고 난 다음에 오는 허탈감 때문은 아니었다"며 "더 좋은 음악, 더 편한 발성,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보니 슬럼프가 온 것 같다.
'나일론 크리스천'인데, 건방진 생각을 할 때마다 주님이 채찍을 드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슬럼프가 언제 올지 생각하기도 한다.
슬럼프가 있을 때마다 성장해왔기 때문에 두렵지는 않다"며 웃음지었다.
BBC 카디프 우승은 김기훈에게 국제 무대에 설 많은 기회를 줬다.
다음 달 26일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데뷔도 그중 하나다.
BBC 카디프 때 김기훈을 눈여겨본 위그모어홀 관장이 직접 김기훈의 독창회를 열고 싶다고 초청해 성사된 무대다.
한국 관객들을 위해 다음 달 4일 예술의전당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리사이틀이 열린다.
김기훈은 "외국에서 리사이틀을 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되고,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며 "BBC 카디프 이후 제 노래를 진득하게 듣고 계신 팬들이 있다.
그분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리사이틀 1부는 브람스의 '4개의 엄숙한 노래'를 비롯해 한국 가곡인 이원주의 '연'(緣)과 '묵향', 조혜영의 '못잊어'로 구성했다.
2부는 러시아 성악가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를 오마주한 무대로 라흐마니노프의 가곡들로 꾸렸다.
김기훈은 흐보로스토프스키를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의 음악은 물론 따뜻한 성품을 좋아한다고 했다.
라흐마니노프의 가곡은 러시아어 가사로 성악가들에게도 마냥 익숙하지만은 않다.
김기훈은 2019년 2등을 차지했던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유튜브로 러시아어를 공부했었다고 전했다.
김기훈은 프로그램에 한국 가곡을 넣은 이유에 대해 "한국 가곡에는 한국적인 스타일이 있다.
한 같은 게 서려 있기도 하고, 민요 같은 부분이 있다"며 "이런 걸 외국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었다.
실제 외국에서 한국 곡을 불러드리면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국뽕'도 좀 있다"며 "BBC 카디프 때 제가 부른 한국 가곡에 대해 발음은 뭔지, 어떤 의미인지 많이 물어봤다.
외국에 한국 가곡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기훈은 무대에서 웃으며 노래하는 보기 드문 성악가이기도 하다.
사실 성악가들은 소리를 잘 내는 데 치중하다 보니, 기쁜 노래를 부를 때도 표정이 일그러지고, 몸동작이 부자연스러워지는 경우가 많다.
김기훈은 "어디 가면 '웃는 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노래할 때는 웃으면서 부르기도 하지만, 감정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는 것 같다"며 "음악이 풍기는 분위기, 가사 내용이나 제가 전달하는 내용이 있으면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오페라 가수로 캐스팅되면서 들은 얘기가 있어요.
'너는 다른 배우들과 다르다.
일상생활을 하는 것처럼 연기해 보는 맛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제가 추구하는 연기 방식이에요.
웃는 얼굴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죠. (웃음)" 웃는 인상이다 보니 그동안 오페라에서 주로 선하고 유쾌한 역들을 맡아왔다.
'라보엠'의 마르첼로, '한여름 밤의 꿈'의 드미트리우스 등이다.
그런 그가 며칠 전 미국 텍사스 댈러스 오페라극장에서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해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토스카'의 스카르피아 역이다.
그는 "스카르피아는 겁탈, 강간, 협박하는 역이다.
어떻게 역할을 소화할 것이냐는 질문에 '웃는 사람이 사이코 연기를 하면 더 무섭지 않겠느냐'고 답했다"며 "관객들 평이나 현지 언론 평가도 좋았다"고 말했다.
김기훈은 2023/2024 시즌 영국 코벤트가든에서 '라보엠'의 마르첼로 역,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돈 카를로'의 로드리고 역, 2024/2025 시즌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라보엠'의 쇼나르 역 데뷔를 앞뒀다.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는 팔색조가 되고 싶어요.
'착하다', '나쁘다'를 떠나 아예 짓궂은 역이나 철학적인 역 같이 다양한 배역을 맡아보고 싶죠."
김기훈은 2021년 BBC 카디프 우승,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2등, 오페랄리아 성악 콩쿠르 우승 등 성악가로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연세대 음대를 수석 졸업했고, 독일 하노버 음대 석사와 최고연주자과정을 거쳤다.
이력만 보면 영재 교육을 받거나 일찍이 해외 유학을 했을 것 같지만, 그는 전남 곡성 출신이다.
지금은 '곡성의 아들'이라 불리며 고향의 자랑이 됐지만, 클래식 음악을 접할 기회조차 드문 환경에서 성악가의 길을 택하는 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김기훈이 성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다.
진로를 고민하던 때 음악학원을 무조건 찾아가 자신의 가능성을 물었지만 "판단해줄 수 없다"는 답을 듣고 돌아섰다고 했다.
그런 그의 재능을 발견해 준 건 교회 성가대 세미나에서 만난 강사였다.
이후 부모를 설득해 광주에서 성악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성악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할 줄은 알았던 것 같아요.
'열린음악회' 같이 TV에 나오는 성악가들을 성대모사하곤 했는데, 당시에는 그게 재능인지 몰랐죠. 그 개인기가 저를 먹여 살릴 업이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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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