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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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현지에 가공 공장 만들어라”
니켈 주도권 쥔 인도네시아 따라가나

아프리카의 자원 부국 나이지리아가 핵심 광물 수출을 통제할 계획을 밝혔다. 자국에서 광물을 채굴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나이지리아 내에서 가공까지 완료해야 수출을 허가해주는 내용이 골자다. 최근 핵심 광물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광물의 단순 채굴을 넘어 등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조성해야 국가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델레 알라케 나이지리아 광물부 장관은 이날 외국 기업들을 향해 “현지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고는 광물을 가져갈 수 없다”며 “반출하려는 광물과 관련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현지에서) 공장을 가동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최대 원유 생산국인 나이지리아는 최근 원유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핵심 광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나이지리아에는 리튬과 금, 철광석, 탄탈륨 등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10년 전부터 광물 산업을 성장시키려 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컨설팅그룹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지난해 광업이 나이지리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그쳤다.

블룸버그는 “전력 공급 등 인프라가 취약한 데다 대부분의 광물을 불법 채굴업자들이 채굴하고, 나이지리아 북부는 무장 갱단이 대규모 납치와 살인을 자행하는 등 치안 불안이 여전하다”며 “외국 기업이 현지에서 광물 채굴 및 정제를 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나이지리아 정부는 지난달 광물 산업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광물을 담당하는 법인인 광물공사를 설립하고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자국 기업들도 뛰어들도록 금융기관과 협력해 나이지리아 광산투자펀드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불법 채굴을 근절하기 위해 보안 태스크포스(TF)도 만든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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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서 열린 경제 정상회의에서 월레 에둔 재무장관은 광물부가 최근 “외국인 직접투자자들로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며 “그중 일부가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의 광물 수출 통제 예고는 최근 신흥 자원 부국으로 떠오른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최근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앞서 짐바브웨와 나미비아도 리튬 원석 수출을 금지했다. 말레이시아는 희토류 수출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니켈 생산 세계 1위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2019년 니켈 원광 수출을 중단했다. 광물의 단순 수출에서 그치지 않고 자국에서 제련 및 가공이 이뤄져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도네시아는 외국 자본을 투입해 자국 내 공장들을 세웠고, 인도네시아의 가공 니켈 수출 규모는 2015년 10억달러에서 지난해 300억달러로 늘었다.

나이지리아는 지난달 호주와 채굴 기술에 대한 현지인 교육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호주의 원자재 기업들은 아프리카를 비롯해 전 세계 주요 광물 산지에 진출해 있다. 알라케 장관은 “이번 협약으로 자국 광물에 대한 더 효율적인 규제와 탐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