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강력 레이저 국제 공동연구 협력을 기대한다
지난 3일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원 페렌츠 크러우스 교수 등 ‘아토초 과학자’ 3인이 선정됐다. 전자의 움직임을 관측할 수 있는 극히 짧은 파장의 빛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제시하며 미시 세계 연구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이유에서다.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레이저 분야 수상이다. 과학자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노벨상을 배출할 분야가 초강력 레이저라고 입을 모은다. 초강력 레이저 연구 시설은 1000조분의 1초라는 극히 찰나의 순간에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지닌 빛을 물질에 접속시켜 물질의 순간적인 변화나 화학 반응을 관찰할 수 있는 첨단 연구시설이다.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하면 지금껏 인간이 풀 수 없던 우주 생성과 파멸의 원리를 알아낼 수 있다.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물리 현상 관찰, 초경량·초전도 신소재 개발도 가능해진다.

우주 시대를 맞아 지구를 도는 수천 개의 인공위성과 소행성을 감시·방어하는 데도 초강력 레이저가 유력한 대안이다. 최근 기후변화와 신종 감염병 등 난제 해결을 위해 과학기술 국제 협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초강력 레이저 연구 시설은 기후 위기 등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과학기술 국제 공동 연구 협력의 아이콘이 될 것이다.

유럽연합(EU) 등의 주요 국가는 초강력 레이저 연구 시설 구축에 적극적이다. EU는 20페타와트(PW), 미국은 50PW, 중국은 100PW 규모의 연구 시설 구축에 나섰다. 한국은 4PW급 초강력 레이저 시설을 운영 중이고, 세계 최고 세기의 레이저빔을 달성한 레이저 기술 강국이다. 이런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50PW급 초강력 레이저 연구 시설 구축을 준비한다고 들었다. 반가운 일이다.

독일 또한 수준 높은 레이저 기술과 고도의 엔지니어링 능력으로 유명하다. 트럼프사는 레이저 용접, 3D(3차원) 프린팅 등 레이저 연구와 응용 기술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손꼽힌다. 지난 5월 한·독 정상회담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은 “양국이 국방과 방산 협력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독일과 한국의 인연은 매우 깊다. 양국이 교류한 지 140년이 됐고 전쟁과 분단을 이겨낸 뒤 민주주의와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뤄낸 공통점이 있다. 독일과 한국이 초강력 레이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나간다면 양국의 과학기술 발전은 물론 글로벌 이슈 해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이 과학기술 강국이자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초강력 레이저를 통한 국제 공동 연구 협력을 이끌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