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업무상 횡령 의혹을 받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24일 오전 이 전 회장의 자택과 서울 신문로2가 흥국생명 빌딩에 있는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 경기 용인에 있는 태광CC를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태광그룹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흥국생명은 이번 압수수색 대상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전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서류와 전자 문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회장은 병보석 기간에 직원들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2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 전 회장이 태광그룹 계열사 임원 가운데 일부를 두 곳 이상의 회사에 적을 두도록 해 급여를 이중으로 받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태광그룹 계열사 임원은 겸직이 금지돼 있다. 경찰은 태광CC가 계열사에 대해 공사비를 부당 지원한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 전 회장이 경찰 수사망에 오른 것은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지 두 달여 만이다.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이 생산하는 섬유제품 규모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총 421억원을 횡령하고 9억여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로 2011년 구속기소됐다. 이 전 회장은 건강 등의 이유로 약 7년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아 ‘황제 보석’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2018년 구속돼 징역 3년형을 확정받아 2021년 10월 출소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