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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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는 삼겹살에 소맥(소주+맥주) 한 잔씩 하기도 어렵겠네요.”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는 대명사였던 '삼겹살에 술 한 잔'이 이제는 사치가 되고 있다. 맥주도 소주도 값이 너무 올라서다. 삼겹살 값도 뛰었다. 서민 음식 가격이 줄지어 오르는 분위기다.

최근 친구들과 서울 강남의 한 삼겹살 음식점을 찾은 40대 박모 씨는 메뉴판 가격을 보고 놀랐다. 소주 한 병에 7000원, 맥주는 8000원이었기 때문이다. 삼겹살 1인분 가격은 150g에 1만7000원으로 통상적 1인분 중량인 200g으로 따지면 2만2000원을 넘었다. 박 씨는 “친구 넷이 삽겹살에 소맥 몇 잔씩 하고 식사하니 20만원이 훌쩍 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외식 가격 상승폭은 상당히 크다.

우선 맥주 값이 올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한다. 지난해 3월 이후 19개월 만의 인상이다. 조만간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 등 다른 주류업체도 제품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주류업체들은 올 4월 맥주 종량세가 전년 대비 30.5원 오르면서 출고가 인상을 검토했지만 정부 요청에 따라 인상을 미뤘다.

맥주 가격 인상은 일반 식당 판매가와 직결된다. 맥주 출고 가격이 5%가량 오르면 음식점에선 통상 소비자 가격을 1000원씩 인상하는 경향이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업체에서 출고가를 몇 십원 올리더라도 음식점에선 1000원 단위로 가격이 뛴다"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동네 식당가 맥주 한 병 가격이 6000~8000원 하는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 광화문과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선 맥주가 9000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맥주 제품들.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맥주 제품들. 사진=연합뉴스
소주 값도 곧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류 시장에선 하이트진로가 10월 말 켈리와 테라 등 맥주 가격을 인상하고, 11월 초에 진로 등 소주 가격을 인상할 거라는 얘기도 나돈다. 소주업체들은 ”계획된 바 없다"며 인상설에 선을 긋고 있지만 가격 인상 요인이 많다는 분석이다.

일단 소주 원료인 주정 가격이 매년 오르고 있다. 국내에서 10개 주정회사의 주정 판매를 전담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지난해 10년 만에 주정 값을 올린 데 이어 올해 4월에도 9.8% 인상했다. 여기에 병뚜껑, 빈병 가격까지 오르며 원가 부담이 커졌다. 조만간 음식점에서 마시는 소맥은 1만2000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민 외식의 대표 주자인 삼겹살 가격도 뛰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대표적 먹거리 지표인 외식의 2분기 물가 상승률은 각각 7.0%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2%)의 두 배를 웃돌았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식당의 삼겹살 1인분(200g) 가격 역시 8월 1만9150원에서 지난달 1만9253원으로 올라 2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