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불리한 판결에 법원 폄훼 경향…비감 들어"
"강제징용, 정치권서 현명하게 해결했으면"
서울고법원장, 부장판사 접대 의혹에 "경우 없는 분 아냐"(종합)
윤준 서울고법원장은 소속 부장판사의 접대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조처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경찰이 내사 중이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24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차문호 부장판사의 의혹을 지적하자 "그렇게 경우 없는 분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KBS는 지난 6월 차 부장판사가 기업 관련 재판을 담당하던 2020년 기업인들을 여러 차례 만나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박 의원은 "기업 관련자들이 원고일 때 피고 측 항소가 기각되거나 원고 일부 승소 등의 판결을 받았다"며 "저는 야릇하게 느껴지는데, 법관윤리강령과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직무 관련성이 있거나 청탁 금지 기준을 초과했다는 점이 밝혀지지 않아 징계 사유를 단정하기 어렵다며 별도 사실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며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않고 어떻게 단정하느냐"고 따졌다.

이에 윤 원장은 "윤리감사관실은 내사 결과를 받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확실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으로, 경찰 내사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어 "(차 부장판사가) 언론에 아주 안 좋은 사람처럼 비치지만 오랫동안 법관 생활을 같이해서 잘 아는데 그렇게 경우 없는 분이 아니다"며 "본인도 단순 친목 모임으로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것도 없다고 하니 일단 본인 말을 믿어 보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그 모임에서 이해관계가 얽혀서 모함받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분이 겪고 있는 정신적 고통과 명예 실추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두둔했다.

윤 원장은 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판결금 '제3자 변제' 공탁 불수리 결정에 정부가 불복 절차를 밟고 있는 것에 "민감한 사안은 정치권에서 현명하게 해결했으면 한다"고도 말했다.

윤 원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 영장 기각·정진석 의원 실형 선고 등을 거론하며 "법원이 정치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지적하자 "법관들은 판결에 정치적 색깔을 입히지 않으려 다들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판결·결정 중에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표현이 일부라도 있으면 법원을 비판하고 헐뜯고 폄훼하는 경향이 늘어 비감(悲感)이 든다"며 "정치적 논란 속에서 우리까지 같이 빠져들지 않도록 신중하겠다"고 했다.

윤 원장은 법원노조와 '오후 6시 근무시간 후 재판 자제' 등이 담긴 정책추진서를 체결한 것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고 인정했다.

윤 원장은 "검사나 증인, 당사자 등이 퇴근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어려운 상황에서 그들을 배려하자는 입장에서 (오후 6시 이후) 진행을 자제해 달라는 권고로 생각했다"며 "재판을 꼭 근무 시간 내에 끝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이면 합의로 보이는 정책추진서를 이번을 계기로 절대로 작성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은 "고용노동부는 이 사태에 대해 법적조치를 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상태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앞서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이달 10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이면 합의 의혹이 제기되자 "정책추진서는 단체협약 효력을 갖는 내용이 아니며, 의미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과정이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