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이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정부의 ‘노동조합 회계공시 시스템’에 회계결산 결과를 등록하기로 했다. 양대 노총이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정부와 여론, 현장 조합원의 거센 요구에 물러선 결과다.

민주노총은 24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회계공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노조 회계공시와 세액공제를 연계함에 따라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날 한국노총도 회계공시를 결정했다.

정부는 지난 9월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노조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연말정산 때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노조 조합비에 별다른 조건 없이 15% 세액공제를 해 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부터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을 개설해 회계결산 결과 등록을 받고 있다. 올해 연말정산에서 혜택을 받으려면 다음달 30일 전에 공시를 완료해야 한다. 고용부에 따르면 회계공시 대상 노조와 산하 조직은 673곳이다. 이 중 한국노총 및 산하 조직이 303곳, 민주노총 및 산하 조직이 249곳이다.

민노총, 여론 뭇매에 회계공시 수용…노동개혁 탄력받나

국내 제1, 2 노조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회계 공시를 선언한 것은 정부의 집요한 개혁 의지가 낳은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깜깜이 회계’는 노동계의 고질병이자 개혁 대상으로 꼽혔다. 양대 노총이 최근 5년간 정부와 광역자치단체로부터 받은 국고보조금이 15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노조가 회계 공시에 참여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졌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노사 법치주의의 일환으로 노조 회계 투명성 확보 정책을 꺼내 들었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조합원 1000명 이상인 노조 334곳에 회계를 스스로 점검한 뒤 그 결과와 증빙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제출이 지지부진하자 5월 들어서는 회계 서류 공개와 관련한 현장 행정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거부한 양대 노총 37개 노조에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런 조치에도 양대 노총이 꿈쩍하지 않자 정부는 ‘조합비 세액공제 제외’라는 강경책을 폈다. 당초 개정 시행령의 시행 시기는 내년 1월이었지만 올해 연말정산에 곧바로 반영될 수 있도록 3개월 앞당긴 것도 주효했다. 특히 한국노총 노조들과 조직력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노조들은 한국노총만 회계 공시를 하면 상당수 조합원이 이탈할 것이란 우려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 등은 노조 회계공시 정책에 대해 앞으로도 반대 운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24일 입장문을 통해 “부당한 노조법·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하고 세액공제와 무관한 운영자료 등 노조 활동 개입과 간섭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