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잇달아 적발된 주가조작 대상 종목의 80% 정도가 공매도가 불가능한 종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가 금지돼 주가조작 세력이 길게는 2~3년씩, 많게는 10~20배씩 주가를 용이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시세조종이 적발되면 주가가 폭락해 개인투자자 손실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주가조작 사실이 밝혀진 총 14개 종목 중 11개는 공매도가 불가능한 종목이었다. 검찰이 현재 시세조종 의혹으로 수사하고 있는 영풍제지, 지난 6월 ‘바른투자연구소 주가조작’ 관련 5개 종목(동일산업 동일금속 만호제강 대한방직 방림)은 모두 공매도가 불가능하다. 4월 이른바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 관련 8개 종목 중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세방, 다올투자증권 등 5개도 공매도를 할 수 없었다.

이들 종목이 공매도가 불가능했던 것은 ‘공매도 부분 재개 조치’ 때문이다. 정부는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다가 2021년 5월부터 코스피200, 코스닥150 구성 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했다. 주가조작 일당은 시가총액이 작아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종목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작전을 원천 차단하지 못하지만 피해를 줄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올해 삼천리 등 몇몇 주가조작 종목은 극심한 고평가라 공매도를 고려했지만 불가능했다”며 “공매도가 있었으면 세력들이 이렇게 무작정 시세를 올리는 게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