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와 공동 노력 필요성은 인정…아제르-아르메니아 분쟁도 논의
이란과 밀착…"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 준비 85%"
[이·팔 전쟁] 러 외무, 미 겨냥 "한 국가 개입 많으면 상황 악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과 관련, "한 국가의 개입이 많으면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하며 미국을 비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2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3+3 형식 회의를 마치고 "어느 한 국가의 계획(initiatives)이 많을수록 일반적으로 분쟁이 확대될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고 타스 등 러시아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미국이 이스라엘 주변에 군함과 병력을 배치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또 미국이 이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개입한 국가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중동 갈등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면 주변 국가들은 물론 미국, 유럽연합(EU)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그들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방적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일방적인 중재 노력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동 평화 중재를 위한 '콰르텟'(미·러·유엔·EU 4자 기구) 활동을 중단한 탓에 "현재로서는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다른 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라브로프 장관은 지적했다.

이어 "토니 블링컨(미국 국무장관)이 이를 위한 좋은 생각이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즉각적으로 필요한 조치가 휴전,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 '두 국가' 이론에 기반한 평화 메커니즘 모색이라고 말했다.

[이·팔 전쟁] 러 외무, 미 겨냥 "한 국가 개입 많으면 상황 악화"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3+3 형식 회의에 참가한 이란, 튀르키예,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외무장관들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문제에 대해 "매우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싼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분쟁도 이날 회의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라브로프 장관은 "소련 시대부터 전해오는 지도를 포함해 양국의 국경 경계를 확정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러시아에 있다"며 러시아가 양국 분쟁 해결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이란과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의 외무수장이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을 방문한 자리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와 이란의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 체결이 85% 준비된 상태라면서 "몇 가지 세부 문제가 아직 합의되지 않았고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는 라브로프 장관이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는 사진을 배포하기도 했다.

다음 3+3 형식 외무장관 회의는 내년 상반기 튀르키예에서 열릴 예정이다.

조지아도 3+3 형식에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이 회의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