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켈리 전시 전경. /부르스 드 코메르스 제공
마이크 켈리 전시 전경. /부르스 드 코메르스 제공
'인류의 보고' 프랑스 파리 루브르미술관 인근엔 면적 1만㎡, 총 5개층 규모의 거대한 건축물이 있다. 햇살이 투명하게 비치는 유리 돔형 천장으로 '미(美)의 정점'을 찍은 이 건물의 이름은 '부르스 드 코메르스'. 구찌,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등 명품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케링그룹의 프랑수아 피노 회장이 개인 컬렉션을 전시하기 위해 만든 미술관이다.

이달 들어 이곳 1층에 별도의 임시 전시장이 생겼다. 그 안에 들어서면 '삐삐' 위태로운 경고음이 울리고, 그 사이에 오묘한 형광빛으로 빛나는 물체가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도시다. 여러 개의 건물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도시를 만들어낸 것이다.
마이크 켈리 전시 전경. /이선아 기자
마이크 켈리 전시 전경. /이선아 기자
미국 작가 마이크 켈리(1954~2012)가 만들어낸 '슈퍼맨 도시'다. 국내엔 생소하지만, 켈리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작가다. 피노컬렉션이 올 가을 미국 예술가 그룹전 '고스트 앤 스피릿'의 대표 작가로 그를 선택한 이유다.
마이크 켈리 전시 전경. /이선아 기자
마이크 켈리 전시 전경. /이선아 기자
고상한 미술관에 아이들이나 보는 만화 주인공이라니. 궁금증을 떠안은 관객들에게 윗층 전시장은 켈리의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영혼, 오컬트, 성(性), 저급문화…. 피노는 서구 지성주의가 금기시하는 모든 것을 다룬다.

전시장엔 강령술을 연상시키는 바닥 그림부터 유령에 홀린 듯 코에서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사람의 사진, 피를 흘린 채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는 여자 영상까지, 파격적인 작품이 이어진다.
마이크 켈리 전시 전경. /이선아 기자
마이크 켈리 전시 전경. /이선아 기자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그의 퍼포먼스 영상 '바나나맨'이 있는 전시장이다. 영상에선 그가 어렸을 적 TV쇼에서 영감은 받은 노란 옷의 '바나나맨'이 등장한다. 그 옆엔 어른이 아이 목소리를 흉내내는 기괴한 목소리가 전시장에 울려퍼지고, 키스소리와 신음소리가 이어진다.
켈리가 '바나나맨' 퍼포먼스 때 입었던 의상. /이선아 기자
켈리가 '바나나맨' 퍼포먼스 때 입었던 의상. /이선아 기자
여기엔 유년시절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그의 충동, 10대 청소년을 성적 대상화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들어있다. 켈리는 이런 식으로 피상적인 '팝 컬쳐' 속에 심오한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숨겨뒀다.

그럼 다시 1층의 슈퍼맨 도시. 켈리는 미국의 인기 만화 슈퍼맨에 등장하는 병 속 도시 '칸도르'를 주제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슈퍼맨이 고향을 잃은 것처럼, 결코 갈 수 없는 이상향과 그 안에서 느끼는 현대인의 고독감을 담아냈다고 말한다.
마이크 켈리 전시 전경. /이선아 기자
마이크 켈리 전시 전경. /이선아 기자
전시는 내년 2월 19일까지.

파리=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